김재기외환은행장이 14일 정계진출을 이유로 돌연 사퇴,금융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날 사퇴배경을 묻는 기자들에게 "민자당서대문을구지구당위원장이
공석이 된것을 계기로 정치입문을 하기 위한 결단"에서 라고 밝혔다.

김행장의 인생역정과 성향만을 보면 정계진출이 예견돼온게 사실이다.

그는 국회부의장을 지낸 고김재광의원의 실제로 양정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리어카에 마이크를 달고 형의 유세를 돕는등 정치권의 생리를
익히기 시작했다. 김영삼대통령의 심복들인 최형우 고김동영의원들과
동국대를 같이 다니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냈고 이들과의 연과
형덕택에 여야 중견정치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미
준정치인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금융계에서는 그를 이용만전재무부장관과 쌍벽을 이룰만한
"마당발""금융계의 새로운 실세"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언젠가는 "정치를 할
사람"으로 통했다. 본인스스로도 이날 사퇴배경과 관련,"원래 갖고있던
포부를 펴기위한것"이라고 밝혀 정계진출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외환은행장임기를 끝내고 나가려했으나
상황(서대문을지구당위원장공석)이 일찍 전개됐다"고 밝혔다.

김행장은 은행원출신으로 총리가 된 영국 메이저총리의 예를 들면서
전문가의 정치참여를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임춘원의원의
탈당으로 위원장자리가 빈 서대문을이나 형이 의원을 지낸
은평을(지구당위원장 박완일)을 맡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있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그가 밝힌 사퇴배경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정부의 사정활동으로 은행장들이 무더기 퇴진 또는 구속되는등
때가때인만큼 그런 의문이 나올만도하다. 외향적인 기질이나 활동반경을
고려할때 그는 은행장으로 오래있으면 있을수록 구설수에 시달리게
될것으로 판단,이번기회를 명예로운 탈출구로 삼은게 아니냐는 얘기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행장은 이에대해 "사정활동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순수한
정계진출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가 서대문 을지역구위원장을
맡더라도 국회의원선거가 3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어렵사리 따낸
외환은행장자리를 선뜻 내놓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않다는
지적들이 많다.

그가 사퇴한 진위야 어떻든 40일만에 또 행장이 바뀌게된 외환은행은
경영에 일관성을 잃게될 우려가 높은데다 직원들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외환은행은 홍재형재무부장관이 행장직을
내놓은 지난 2월 26일이후 후임을 뽑기위해 한달 보름을 허비했고 김행장이
새로와 직원들이 채 적응하기도 전에 또 새로운 사공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원활한 은행경영에 차질이 빚어지지않을까 우려된다.

김행장이 정계진출을 꿈꿨더라면 림의원이 민자당을 떠난때가
주택은행장자리를 내놓고(3월26일)외환은행장으로 오기(4월8일)전 잠시
쉬고있었던 때인만큼 외환은행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야한다고
은행사람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행장후임으로는 외부영입이냐,아니면 내부승진이냐가 관심인데 김행장이
오던 당시 노조의 반발이 있었던점을 고려할때 내부승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럴경우 허준수석전무와 이장우전무의 경합이 예상된다. 둘다
한은출신으로 허전무는 선임이라는 점이 유리하고 이전무는 영업에 밝아
시중은행으로의 확고한 체질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있는 외환은행을
이끌만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팽팽한 경합이 예상된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