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인들이 잔뜩 움츠리고 있다. 중소기업인들보단 대기업쪽이 더
그렇다. 대기업그룹 총수들의 경우 그 정도가 한층 심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업인들이 위축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동안 기업인들이 보여온 관행들에 대해 일반인들이 쉽게
인정하지않는 사회분위기를 들수 있다. 기업이라고해서 더이상 사정의
무풍지대일수 없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기업인들을 위축시키는 대목이 있다. 김영삼대통령의
"기업인에 대한 인식"이 그것이다.

취임이래 김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언행으로 미루어 기업인에 대한
시각자체가 결코 곱지않다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의 기업,그리고 기업인관은 어떤것인가.

신한국경제건설과 경제회복을 위해 기업육성은 필수불가결하지만 한국의
기업인들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보고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여러곳에서 읽을수 있다.
취임후 매주 한번정도꼴로 생산현장을 방문한것 이라든지 기업에
부담을주는 각종 규제행위의 철폐를 기회있을때마다 강조한 점등이
그것이다.

이와관련,박재윤청와대경제수석은 "김영삼대통령은 선거공약에서 밝힌대로
훌륭한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굽힘없는 소신을 갖고있다"고 강조한다.
박수석은 또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곧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게 대통령의
신념"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에대한 대통령의 관심이 각별한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인에대한 시선은 다르다.

김대통령은 취임후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자금 수수금지를 천명하며
"앞으로 기업인은 공직자들에게 돈을 주지말고 그 대신 기술개발등
산업활동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이 말에는 기업인들도 부정적
관행을 시정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김대통령은 이어 지난 3월24일 신경제 1백일계획을 입안한 정부 각부처
국장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도 기업인관의 일단을 내비쳤다. "일본
기업인들은 공장옆에 사택을 마련해 직원들과 동거동락 한다더라.
종업원들은 사장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애사심이 우러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이에비해 우리의 경우 사장은 골프장에 나가고 전무는 돈꾸러
쫓아다니는 중소기업이 많다고 한다. 그러니 기술개발은 언제하며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수 있겠는가"
이와 유사한 김대통령의 발언은 이후 계속 이어진다. 3월28일 정부부처
기획예산관리 실장들을 만났을때에도 "중소기업들을 다녀보니 인간관계가
좋은 기업은 잘되더라. 사장이 골프만 치러다니는데 종업원인들 어찌
신바람이 나겠는가"가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기업인들,특히 대기업 경영진의 간담을 서늘하게한 발언은
지난 4월16일 신경제계획위원회 민간위원들과의 조찬간담회 석상에서
행해졌다. 이날 김대통령은 참석자들과 대화도중 "우리대기업인들도
고통분담차원에서 5%정도의 주식만을 갖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는게
좋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가에는
"대기업그룹해체설""기업인내사설"등으로 증폭됐다.

<>.기업인,특히 대기업 그룹의 기업인에대한 김대통령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흐른것과 관련,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야당생활을
하며 기업인들이 권력과 결탁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온데 그 근원적 배경을
찾을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번 대선과정에서 정주영
김우중 박태준씨등의 정치적 움직임과 관련,대통령의 기업인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기업인중 많은 사람들은 흔히 "돈이면
다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자기스스로는 "도덕불감증"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게 김대통령의 기본적 인식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징후들은 많다. 단적인 예로 김대통령은 취임후
많은 기업인들을 만났지만 대기업그룹 기업인들과의 만남은 애써 피해왔다.
지난3월8일 대통령이 첫 지방공장 방문지로 창원에 있는 삼성항공을
택했을때는 당시 일본에 체류중이던 이건희그룹회장이 귀국해 직접 영접할
뜻을 알렸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이를 사양했다는 후문이다. 몇몇
총수가 정치자금조로 성금을 전달하려 했으나 이 역시 거절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위축된 기업총수들의 투자의욕을 복돋우기위해 주요그룹의
총수들을 한번 만나라는 여론이 있었음에도 "아직은 그럴때가
아니다"라는게 청와대측의 뜻인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따라 김대통령은 아직까지 개인적으로 어느 그룹 총수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다. 14일 베트남총리초청 오찬시 이건희회장등 몇몇기업인이
동석한게 고작이다.

<>.김대통령의 대기업인시각과 관련,경기회복에 부정적인 측면도 강하다.

특히 투자의욕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되는 현상이다.
대기업그룹의 경우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이 투자계획을 들고와도 총수들이
오히려 이를 자제시키고 있다는 소식도들린다. 총수들이 자신의 입지가 불
안한 입장이니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언론이나 시중의 루머를 통해 사정대상으로 주목받고있는 기업총수들의
경우에는 말할나위도 없다. 신규투자는 커녕 계획된 투자일정의 연기 또는
취소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이나 청와대측의 기업을 보는 곱지않은 시선에대해 기업측에서는
한편으로 "할말이 많다"는 눈치다. 우리 경제발전에 견인차역할을 한것은
무엇보다 기업인의 창의성과 근면성인데 "공"은 무시하고 너무 "과"쪽만
들여다 보는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대해 보다 부정적 시각을 갖는데 대해 우려의
소리도 높다. 우리산업의 구조가 중소기업이 부품을 공급하고 대기업은
세트메이커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기업기죽이기 발상은 피해야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쓰러지면 중소기업도 견딜 재간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런의미에서 대통령의 기업.기업인관은 일면 보완되어야할 측면도
있다는게 기업주변의 이야기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최근 정치행보를 보면 그가 결코 사심을 앞세우는
작은정치를 하고있지 않다는 것을 알수있다. 기업인들도 이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마치 죄인(?)이 된듯한 자세로 기업인들을 움츠리게
만든것은 <>대통령의 참뜻이 잘못 전달되었거나 <>기업인을 다스리는데
당근과 채찍간에 균형이 덜잡혀 있기 때문으로 볼수있을것 같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