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의 특권층을 가리키는 "노멘클라투라"라는 말이 있다.
고소득과 별장 고급아파트를 부여받고 노후에도 고액의 연금을 수령했다.
이를테면 귀족인 셈이다. 무계급을 지향하던 사회에서 약 3백만명이
혜택을 받았던 이 제도는 그러나 소련의 소멸과 더불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오늘날 영국등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 귀족제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상징성이 강한 명예직이고 보면 엄청난 특권이 수반되는 과거의
귀족개념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정치 사회적 발전과정과는 달리 최근 수년간
세계산업계에서는 "신귀족계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일류기업들이 생존차원에서,또는 보다 앞선 기업을 따라잡기위해
전략적인 연대-제휴를 거듭함으로써 특정산업 지배계급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웬만큼 알려진 사실이지만 피아트는 GE와,GE는 히타치와,히타치는
IBM과,IBM은 지멘스와 연결되어있고 또 GM은 신기술개발을 목적으로 포드-
크라이슬러와 협력관계를 맺기도 했다.

물론 거대기업간의 합작-제휴는 끝을 알수 없는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류 기업들의 제휴에 대해 우리가 경계의 끈을 늦출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곧바로 세계시장의 과점화로 이어진다는 데에 있다. 이미
학자들간에는 입증이 됐지만 앞으로 전자나 자동차등 주요산업을 이끄는
기업의 수효는 더욱 적어지리라고 한다.
즉 보다 적은 수의 신귀족기업들이 보다 더 큰 시장점유율을 갖게된다는
것이다.

일류 기업들이 건곤일척의 대결을 통해 흥망을 선택하기보다는 공존을
통해 "영구한 안녕"을 꾀할 경우 2,3류기업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질
것은 분명하다. 귀족기업군에 들지 못하면 몰락을 각오해야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초일류기업을 지향해야하는 당위성은 이런 점에서도 확인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