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의 본질은 예외없는 공평한 과세의 실현이다. 종합소득세에
합산되지않고 분리과세됨으로써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을 내게되는 배당
이자소득에 대해 종합과세가 이뤄지고 상속 증여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과세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실제 누구의 돈이
어떻게 움직였는가를 정확히 파악해야되는 까닭에 금융및 자본거래에서
실명사용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흔히 얘기는 검은 돈의 거래근절등은 이같은 철저한 과세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산물로 볼수 있다.

일본 그린카드제의 도입발상도 분리과세에 따른 조세불균형시정과
소득세탈루의 방지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관행에 의한 금융실명화가 정착돼가고있는 일본에서도 이러한 철저한
공평과세의 차원에서 아직도 그린카드제와같은 "제도적 실명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고납부제도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아직도 소득의 축소나
은폐를 통한 탈세가 많기때문이다.

일본국세청의 기무라다카오씨는 "과거 그린카드제를 도입하려했던 것도
탈세행위를 막기위한 방편이었다"며 세무조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현재 일본국세청에는 약 5만5천명의 직원이 있다. 이중 약 80%가
전국일선세무서에 배치돼 있다. 세무조사결과 신고납세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변호사 자영업자의 신고내용중
95.8%가 축소 또는 소득은폐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사찰부에 의한 강제조사는 매년 2백40건정도. 이중 70%가 형사고발되고
있다. 법인이 60%,개인이 40%로 개인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지난 3월6일 동경지검특수부는 가네마루 신전자민당부총재를
소득세법위반혐의로 전격구속했다.

78~89년까지 12년동안 18억5천만엔의 소득을 은폐,약10억4천만엔을 탈세한
혐의이다. 그는 정치헌금일부를 착복,가명이 가능한 할인금융채등에
투자해왔다. 일부는 그의 부인명의로 매매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가네마루사건"이후 무기명채권거래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85년에 폐지한 그린카드제를 재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린카드제재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다테와키 가즈오 와세다대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실명거래를 하고 있다. 일부탈세를 막기위해 실명제를 법제화할 경우
개인의 프라이버시침해가 문제될수 있다. 정부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에서는 그린카드제폐지이전부터 직접세비중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일본세수구성비는 72.8%가 직접세인데 비해 27.2%가
간접세이다. 선진국중에서 91.7%의 미국다음으로 높다. 영국의
직접세비율은 55.4%,프랑스는 39.1%에 불과하다.

일본 국가세입(65조엔)중 25조7천억엔(39.5%)이 개인소득세로 제일 많다.

직접세비중이 높은것은 응능부담의 원칙에서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직접세의 비중이 과중하다보면 조세저항이 커지게된다. 더구나
개인소득세의존도가 높으면 이러한 조세저항은 더커지게 마련이고
소득은폐의 유혹도 높아진다. 여기에서 마찰없는 세수확보를 위한
간접세와 응능부담의 직접세조화가 필요하다.

그린카드제는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과세강화 수단이다.
원천분리과세에서 종합과세로의 이행을 뜻하는 까닭이다.

히토쓰바시대학의 노구치유키오교수는 이자소득세 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린카드제도입에도 반대했던 학자중의 한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자체가 이중과세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자소득은 그 원본을 손에 넣기 전단계에서 이미 과세된
때문이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도 모순이 있다고 주장한다. 조세이론상
주식양도차익에 과세한다면 미실현 캐피털 게인에도 세금을 매기는게
공평하다는 논리를 편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면 사실상 매각과 같은
효과가 생기는 때문이라는것. 따라서 진정한 과세의 공평성이 확보되지
않는한 이자 배당과세의 종합과세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장성세제관계자들은 세수증대를 위해 이자 배당소득을
종합과세해야한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몇몇 국세청국관계자는
탈세방지를 위해 "납세번호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이
도입되면 컴퓨터에 의해 개인의 재산거래용역을 자세히 알수있다.

집권자민당이 금융실명제나 납세번호제도입의 타당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가뜩이나 인기가 없는 판에 표가 깎일 "모험"은 피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만큼 갈길은 한정돼있다. 조세저항을 의식,직접세비율을
낮추고 간접세비율을 높이려 한다. 일본정부세제조사회는 최고 50%인
소득세율을 낮추고 세율구조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일것을 검토중이다.
일본정부는 결국 취약점은 있지만 행정지도에 의한 우회적
금융실명제노선을 계속 가려는 것이다.

<동경=김형철특파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