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말을 할수 있다는데 있다. 이로써
문명이 탄생되고 발전되었다. 말은 또한 허공중에 대고 하는것이 아니다.
서로 주고 받는 상대가 있는 의사교환이다. 이로써 인류전체의 집단적
협력체제와 무한한 진보가 이룩되었다. 다가오는 21세기의 가장 유망한
분야가 정보화산업이라고 한다. 이것도 또한 말이나 문자 화상을 주고
받는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인 셈이다.

한국은 지금 김영삼대통령의 문민시대가 열리면서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희망을 설계하고 있다. 사정으로 사회정의를 활착시키고 신경제계획으로
국민전체의 삶을 대망의 선진국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중진국은 물론이고 선진국들과도 싸워서 이길수 있는 힘의 축적을 필요로
한다. 그러자면 말이라는 인류발전의 촉매가 한국에서 가장 잘 기능해야
한다.

현재도 사정과 신경제계획을 둘러싸고 말은많다. 그런데 그 말들중에서
사정과 신경제추진당국자들의 목소리만 크고 다른사람들은 쑤군쑤군대는
수준에 머물고있다. 일방통행적이라는 인상을 지울수없다. 이렇게되면
말은 기능이 제약되고 저하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추구해야할 목표가
효율적 수단을 잃게될 우려마저 있다.

우리가 살고있는 나라가 잘되자고 하는 일이 분명한데 왜 목소리의
부조화나 고저음의 차등화가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할 이 절실한 국가적 과업에서 왜 상당수의 사람들은 마지못해
끌려가는 형국이 되어야 하는지 자문해야 한다. 이런 현상으로는 국민적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결집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경제부처의 고위 관료들마저도 짙은 무력감에 빠져서 자기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소극적이고 방관적인 자세,또는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관료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말도 있다. 주요
정책개발이나 제도개혁이 분명히 자기부처와도 연관된 것인데도 거기에
대한 의견개진이 드물고 그저 입다물고 있는것이 상수라는 생각인
모양이다. 배가 산으로 가건 바다로 가건 알바 아니라는 피난적 심리인지
모른다.

신경제계획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로 한 8일아침의 경제5단체장과
경제부처장관들의 모임이 무기연기된 것도 예사로 볼 일은 아닌것 같다.
모임연기의 이유로 국회일정등을 내세웠지만 그보다는 대화기피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금할수 없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심한 일이 아닐수
없다. 신경제계획은 20일부터 마무리작업에 들어가 6월말쯤에 확정될
예정인데 철저한 검증을 거치자면 별로 여유가 없는 형편이다.

신경제계획으로 가장 영향을 받게 되고 또한 경제를 현장에서 이끌고 있는
재계의 의견을 당연히 경청해야 한다. 행여라도 의도적으로 의견교환을
기피했다면 그것은 일종의 직무태만이며 신경제계획이 담고 있는 막중한
국가적 의의에 대하여 진지하지 못했음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재계가 치밀한 검증을 통하여 신경제계획이 신한국창조의 기둥으로서
흔들림없는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요즘 재계는 솔선하여 신경제에
동참하려 하고 있는데 이들과 정부가 가슴을 털어놓고 못할 말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야만 신경제계획이 불안이 아닌 희망을 주게되어 차질없이
이룩될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제대로 자기들 목소리를 내고 이것이 조화되어야만
우리사회가 한차원 높게 고도화될수 있다. 각계의 의견이 숨을 죽이고
있으면 국가의 구상력이 엉성하게된다. 그 구상력은 효율의 극대화와
실패의 극소화를 지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위가 높아질수록 업무영역이 넓어져 비전문분야가 늘어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무능영역의 확대라고도 할수 있다. 그러므로 지위가
높아질수록 전문가들의 조언이 더 소중하게 되고 그래야만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게 된다. 모든 분야가 제목소리를 낼수 있을때만이 이것이
가능하다. 독재를 수단으로 한 사회주의국가들의 몰락도 이부분에서
발생한 것이다.

지금 사정과 신한국창조에 대하여 국민들의 지지는 전폭적이다. 이같은
국민적 컨센서스가 있다는 것은 한국의 호기이다. 그러나 이것은 총론이고
국가적 구상력으로 이어지려면 각론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총론의
지지가 위압이 되어 각계의 목소리를 누르게 되면 각론은 허술하게 된다.
우리의 원대한 계획이 엔진이나 바퀴에서 손상될수 있다.

한국이 모처럼 맞는 새로운 호기를 꼭 살리려면 모든 분야가 제목소리를
내면서 자발적으로 국가목표에 동참하게 하여야 한다. 신경제계획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