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의 작가 남정현씨(60)가 20여년간 연작형태로 발표해온
"허허선생"을 최근 완결지었다.

지난달말 출간된 작품집 "허허선생 옷벗을라"(동광출판사간)는 73년부터
92년까지 발표해온 8편의 허허선생연작 중.단편을 모은것. 유신이후
4,5,6공에 걸쳐 외세의존적 한국지도층에 대한 통렬한 그의 풍자가 전편에
깔려있다.

작가 남씨는 "허허선생과의 피나는 대결의 시대였다"고 지난 20여년을
회고하고 있다. "허허"라는 이름은 하는 짓과 품은 생각이 하도 기가 막혀
그를 볼때면 누구라도 "허허"라고 혀를 찰 수 밖에 없다는 데서 붙인 이름.

"도덕붕괴,가치관전도,총체적부패의 이 현실은 결국 일제에 협력했던
허허선생 같은 인물들이 오히려 지배층으로 군림해왔던데 그 원인이
있지요"
허허선생은 해방이후 지배계층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허허선생연작은
사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의식과 속성은 변하지 않은 이들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그렸다.

연작의 1편인 "괴물체"는 전쟁이 나면 언제라도 외국으로 도망갈수 있는
특수한 집을 마련하는 유신시절 허허선생의 모습을 그렸다. 허허선생은
"하늘에서 꽝 할지 땅에서 꽝 할지 그야 모르겠다만 하여튼 문제는 이제
우린 어디서 꽝 하든 그 꽝 소리와 동시에 집이 데굴데굴 굴러 금방 도망칠
수 있게 되었으니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흐믓해 한다.

허허선생에겐 민족자존을 주장하는 모든 세력이 "도깨비"다. 완결편인
"허허선생 옷 벗을라"에서 허허선생은 "그놈의 자주니 민주니 통일이니
하는 도깨비,그놈의 평등이니 해방이니 양심이니 하는 도깨비,이게 어디
보통 도깨비들이냐. 물 속에 처넣어도 불속에 처박아도 도무지 죽질 않고
또 다시 번쩍번쩍 고갤 처드는 원수놈의 도깨비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완결편에서 허허선생은 죽을 병에 걸린다. 곤충의 변태처럼 전혀 다른
생물체로 태어나려는 병에 걸린 허허선생을 미국에서 온 세계제일의 의사는
인간의 병이 아닌 병에 걸린 특이한 생물로 진단한다. 그것에 우리사회는
지배되어왔고 그런 허허선생이 다시 살아나 인간으로 대접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허허선생을 끝내는 남씨의 결론이다.

"권력집단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 뜻을 알아 그대로
실현하는 권력집단에는 쌍수를 들어 환영을 표시해야지요"
남씨는 역사상 민족자존을 보장받지 못해온 민족의 한풀이차원에서라도
민족의 양심과 자존의 차원에 어긋나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 지적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58년 문단에 나온 남씨는 61년 "너는 뭐냐"로 제6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등 당시로서는 촉망받던 작가였다. 65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반미주제의 단편"분지"를 북한신문이 전재하는 바람에 반공법위반으로
투옥,재판을 받았다. 67년 고법에서 선고유예로 풀려나온뒤 과작으로
창작활동을 해오다 74년엔 민청학련사건에 연루,긴급조치위반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지난 87년 22년만에 문제의 작품 "분지"를 표제작으로
작품집을 내놓고 다시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을 재개해왔다.

남씨는 80년대 "다리"지에 연재하다 중단된 "성지"를 장편으로
완성하고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분지"와는 정반대의 제목인 이작품을
통해 "세계를 감동시킬 통일드라마"를 완성하고 싶어서이다.

<권녕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