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정보통신공학과 문송천교수는 국내처음으로
관계형데이터 베이스운용시스템(RDBMS)을 개발한 컴퓨터공학자이다.
우리나라를 일본에 앞서 RDBMS개발국의 위치에 올려놓은 국내
SW(소프트웨어)개발의 선두주자인 셈이다.

문교수의 RDBMS개발은 이같은 명성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한 성과였다.
그러나 그가 얻은 것은 결코 이런 화려함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어려운 기술을 개발하면 무엇하나하는 회의와 울분만이
보상으로 돌아왔을뿐이다.

문교수가 IM이라 이름붙인 RDBMS를 개발한 것은 지난 90년이다.
과학기술처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시작한지 3년만의 일이다. "이제부터
국내기술로 개발된 SW가 사용되겠구나하고 뿌듯한 마음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물정을 모르는 지극히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을 그후
깨달았지요"문교수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DBMS는 SW중에서도 개발하기 어려운 첨단분야로 꼽힌다. DBMS는 DB에
축적된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 저장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특히 관계형
DBMS는 최근 정보처리량이 많아지면서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DB운용시스템이다.

그가 개발한 IM도 관계형기술을 사용한 첨단SW이다. 시장성으로보나
기술적우수성으로보나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 이SW가 기업들의 무관심속에
사장될뻔 했다. 그에게는 이해할수 없는 대목이었다.

SW는 시제품이 나왔다고 해서 당장 사업화할 수 없는 분야이다.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하는데 소요된 시간과 자금만큼 또 투자해 실제 이용할수
있는 물건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내기업들은 그러나 당장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뿐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기를 꺼려했다. "기업관계자들마다 상품화에 얼마가 드느냐고 묻곤
했습니다. 그리고 당장의 이익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해 다시 만나주질
않더군요"국내기업들은 장기적인 투자를 통한 시장개척이라는 어려운
길보다는 쉽게 돈버는 길을 택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팔리고 있는 DBMS는 복사분이 최고 3억원에 팔릴정도로 비싸다.
국내기술로 만들 경우 이같은 가격을 크게 낮춰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줄수 있게 된다. 또 시장잠재력이 큰 분야의 기술을 확보해 국내
SW산업을 주도할수 있게된다.

국내기업들이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기술에 대한 사업화투자를
외면한 또다른 이유는 외제선호사상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을 믿을수
없다는 고질적인 인식을 아직도 갖고있는 것이다. 첨단분야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일본도 못만든 것을 어떻게 우리가 제조할수 있느냐고 반문할때는 화가
치밀어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설명할 기분도 나지않았어요"문교수는 국내
기술을 무조건 의심하는 모습에 실망을 감출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RDBMS는 최근 중소기업인 현영시스템과 공동으로 사업화되고 있다.
개발한뒤 파트너를 찾지못해 2년간 공중에 떠있던 이기술이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외면속에서 중소기업인 현영시스템과의 합작으로 빛볼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으로서 투자위험을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같은 생각만으로 기술의 국산화를 포기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현영시스템의 경우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를 우리기술로
만들자는 제안을 해와 중소기업이지만 주저없이 파트너로 받아들였다고
문교수는 말했다.

"기술의 자립화없이는 선진국대열에 참여한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말로만 기술입국을 외칠것이 아니라 눈앞에 이익을 넘어선 의지가 필요한
때이지요"문교수는 학계에서 개발된 기술을 기업이 사업화하는 산학연의
협동체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술로 경제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부터 상품화까지 일관된 체제속에서 연구를 진행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주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