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헌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대기업의 시장독점을 해소하기위한
기업분할명령제도와 투자회수명령제도등의 도입은 검토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30대대기업그룹의 계열사간 채무보증제한을 96년까지 단계적으로
2백%로 축소한후 그이후에도 1백%수준까지 낮추고 출자총액제한을
순자산액의 40%에서 25~30%수준으로 하향조정하는 문제는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위원장이 이날 아침 호텔롯데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초청강연에서
밝힌 이같은 방침은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가 건의한
기업분할및 투자회수명령제도의 도입을 채택치않을것임을 분명히
한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있다.

그도 가럴것이 KDI의 정책건의는 지금까지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통했다.

지난달 29일 정책협의회에서 KDI의 유승민연구위원이 기업결합에 대한
사후규제제도로서 기업분할및 투자회수명령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을 때도 공정거래위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더구나 유연구위원의
제안은 공정거래위와 사전조율이 된것이었다는 얘기이고 보면 기업분할및
투자명령제도 도입은 일단 정부의지로 간주할수밖에 없었던게 저간의
사정이다. 때문에 전경련등 경제계는 이들정책에 대한 입장을
정리,건의키로 하는등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것도 사실이다.

당초 이제도의 도입문제를 제기한 KDI의 유승민연구위원은 "공기업의
민영화가 진전됨에 따라 독점폐해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며 공기업이나
대기업집단등에 적용될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국내 사기업에선
분할명령을 내릴만한 대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KDI연구위원의 주제발표에 대해 한공정거래위원장이
"불채택"의사를 밝힌것은 이로인한 경제계의 "오해"를 불식시켜 보겠다는
의사로 해석할수 있다.

한위원장은 "KDI측의 주제발표에 대해 사전에 뭐라 지적한 적이 없다"며
KDI의 주제발표는 어디까지나 학자들의 연구결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공정거래위가 이를 수용할수도,또 거부할수도 있는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마디로 이번 정책협의회는 과거와 같은 "관제토론"이 아닌 순수한
정책토론이었는데도 일부에서는 이를 관제토론으로 오해했다는게
한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공정거래위가 KDI를 앞세워 애드벌룬을 띄운뒤 청와대나
재계의 "반대움직임"이 심상치않자 이를 서둘러 부인했다고 보는 측도
있다. 심지어는 지금 당장 도입할 필요도 없는 제도를 거론한 것은 뭔가
"의도"하는것이 있는거 아니냐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예컨대
"재벌길들이기작전"이 시작됐다는 의구심까지 내비치고 있다.

기업분할및 회수명령제도는 외국에서도 사례가 극히 드물다. 미국에서
독점업체인 AT&T에 대해 분할명령을 내린 전례가 있을뿐이다. 일본에도
법상 제도는 마련돼있으나 근래에 이런 명령을 내린적은 없다.

다만 국내에서는 투자회수명령과 비슷한 사례가 있다.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금지"규정에 따라 지난 82년 공정거래위가 한국과산화수소공업을
합병한 동양화학에 대해 매각명령을 내린게 그것이다. 또 PVC업계의
매출1위인 송원산업이 2위인 대한정밀화학공업을 인수한데 대해서도
매각명령이 내려졌었다.

그러나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한위원장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기업정책은 공정거래차원에서 한층 강화될 것만은 분명하다.

기업분할및 투자회수명령제도는 아직 도입의 실효성이 없어 "흐지부지"된
것일 뿐이라는게 공정거래위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앞으로
그럴 필요성이 생기면 언제든지 도입할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관련,KDI의 이규억선임연구위원이 "한전 포철등 대형 독점공기업들은
앞으로 민영화가 더욱 진전될 경우 시장독점폐해를 막기위해
기업분할명령제도등을 적용할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로선 이제도가
도입돼도 대상이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위원장이 이날 30대기업집단의 계열사에 대해선 경제력 집중완화와
독과점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것도 이같은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예컨대 계열사간 채무보증잔액을 96년까지 단계적으로 자기자본의
2백%까지 낮춘뒤 그이후 1백%이하로 더 축소한다는 구상이다. 또 현재
순자산의 40%까지 허용되는 출자총액한도도 25~30%까지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KDI의 건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포철등
공기업에 대한 공정거래및 경제력집중억제시책은 한층 강화될 공산이 크다.
공정거래위가 지난 3일부터 20일까지 정부및 정부투자기관의 공사를
발주받은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하도급부조리조사에 나선것에서도 이같은
의지를 읽을수 있다.

<박영균.안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