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섭박사는 한국경제신문 4월23일자 오피니언란에 투고한 글에서 근자에
제기되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자율화 주장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분양가자율화를 97년말이나 98년초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신박사의 주장에는 몇가지 논리적
모순과 비약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여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먼저 무주택자가 다수이기 때문에 주택시장에 초과수요가 상존한다는
신박사의 주장은 초과수요의 개념에 대한 인식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초과수요란 기꺼이 구매할 의사뿐만
아니라 구매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부족으로
인해 구매할 수 없는 부족분을 말한다. 그런데 집없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주택시장에 초과수요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마치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자동차시장에 초과수요가
존재한다는 그릇된 주장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논리적 모순은
아마도 주택과 같은 값비싼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경제적
능력이 매우 중시된다는 사실을 간과한채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이라는
희망사항 자체를 수요로 간주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둘째 평수를 늘리려고 하는 기존주택소유자와 재산증식을 위해 분양을
받으려고 하는 가구들의 주택에 대한 유효수요가 매우 크기 때문에
분양가를 자율화할 경우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주장에도 무리가 있다.
기존주택소유자가 평수를 늘려가려고 할때 주택시장에 이들이 살고 있던
주택의 매물 또한 증가한다는 사실과 분양가자율화가 이루어질 경우
신규주택에대한 투기적수요는 자연 소멸되고 실수요만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셋째 분양가자율화가 이루어질 경우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무엇을 위한 시장자율화냐하는 정책당위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고 신박사는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78년이후 계속되고 있는 분양가규제 기간 동안 서민들의
주택사정은 규제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오히려 이
기간 동안 중산층 이상의 가구들에 합법적인 투기의 장을 마련해 줌으로써
당첨될 경우 하룻밤 사이에 1억~2억원을 챙기는 기막힌 투기노름이
계속되어 오지 않았던가. 이 경우 무엇을 위한,그리고 누구를 위한
주택시장규제인가를 되묻고 싶다. 또한 분양가를 자율화할 경우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할수 없다.
왜냐하면 자율적인 시장기능에 의한 신규주택의 공급확대는 주택의
여과과정을 거쳐 중고주택의 거래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저소득층의 주택난을
완화시키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넷째 분양가자율화에 대한 주택은행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반대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분양가규제는 주택공급을 위축시킴으로써 오히려 내집마련 기회를
축소시키고 주택의 품질저하 및 투기요인이 되었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56%나 된다는 사실 또한 주목해야할 것이다. 이처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한 이율배반적인 의사표시에 대해 어느 한쪽에만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자칫 여론을 오도할 수도 있다.

신박사도 분양가자율화를 포기하거나 무작정 늦추자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면서 분양가자율화 방안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향후 4~5년 안에
주택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금리자유화와 금융시장개방이
완료되며,차기 국회의원과 대통령선거를 치르고난 97년말이나 98년초가
분양가자율화의 최적시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년 50만호를 지을 경우
4~5년 안에 주택보급률 90%를 상회할 것이라는 신박사의 주장은 신규주택에
대한 주택멸실률 30%정도를 감안할 경우 과연 타당한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설사 그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주택보급률 자체가 주택소유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할것이다. 금리자유화와 금융시장개방으로
외국자본이 계속 유입되고 금리가 인하됨으로써 대체투자수단으로서 토지나
주택과 같은 부동산에 자금이 몰린다면 주택가격의 불안정을 초래할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부동산가격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으며 특히 선거가 있는 해에는 통화량 증발로 부동산가격은 반드시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어 있는데,총선과 대선 직후에 분양가를
자율화하자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신박사는 분양가자율화에 따른 중대형 위주의 공급을 방지하기
위해 전용면적 25. 7평 미만의 국민주택을 일정비율 이상 짓도록
규제한다면 국민주택의 품질이 나빠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규제방식은 현재도 시행되고 있으며 더욱이 분양가를 자율화할 경우
건설업체간 분양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것인데 국민주택의 품질이 어떻게
현재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동안 분양가규제의 폐단을 인정하면서도 분양가자율화에 대해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자율화에 따른 또다른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자율화에 따른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할
경우 크게 문제될것이 없다고 본다. 특히 분양가자율화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기존주택가격의 상승에 대한 우려는
초과수요에 대한 개념정립의 혼란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만약 분양가를 자율화할 경우 주택가격은 반드시 상승할 것이라고 국민
대다수가 그릇되게 믿고 있다면 심리적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주택가격은
상승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주택전문가와 행정당국,그리고 언론이
앞장서서 주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산되도록 홍보하고 전파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