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경우에도 부조리에 연루되지 마십시오"
이용성은행감독원장이 직원들에게 이례적으로 보낸 편지의 첫구절이다.

매일 보는 직원들에게 총수가 직접 편지를 써야하는 은행감독원.
장기오부원장이 피검사기관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중도퇴진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 위상을 되찾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은행장들이 사정바람에 쓸려 퇴진 또는 구속당할때만해도 은감원은 이를
"먼산의 불"로 봤다. 아무리 매섭게 검사를 하더라도 행장들의
비자금조성이나 공금횡령은 알아낼수 없다며 직원들 스스로가 깨끗하고
금융인의 양식을 지키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장부원장의 퇴진은
사정바람에 국외자적인 입장에 있던 은감원을 할말없는 피고자로
만들어버린 충격적인 일이었다.

은행의 경찰이 스스로 비리에 손을 담갔다는 따가운 비판에 속만 끓이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원장의 편지는 은감원이 명예회복을 시도하는 자성의 몸짓이라고 볼수
있다. 피검사기관인 금융기관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성의 노력이 찰나의 반성으로 끝날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
직원들이 가슴깊이 장부원장건과 이원장의 편지를 새기지않고 우선 따가운
시선만 피해보자는 생각이라면 또 다른 우를 범할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장부원장건이 터지자 "그정도 금액으로(감사원발표 수뢰금액
5백만원)퇴진까지 해야 하느냐""사정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고의적으로
감독당국을 겨냥했다"는 얘기들이 원내에 나돌았다.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비리를 고려할때 있을수 있는 불만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감독원은 금융기관을 검사 감독하는 곳이다. 스스로 완벽에
가까운 깨끗함을 유지하지않고 떳떳하게 호령할수 없는 기관이기도 하다.

새정부의 사정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쉼없이 몰아칠 것같다.
감독원도 광의의 사정당국이라고 할수 있다. 금융기관사람보다는 훨씬 더
엄격한 복무자세를 가다듬어야 할때다. 그렇지않고는 본연의 일을 하기
어렵다.

이원장으 친서로 은행감독원이 새시대에 걸맞게 거듭태어나는 계기가 돼
주길 기대해 본다.

<고광철.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