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는 외국계 은행들은 아무래도 예금을 유치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능한한 좋은 서비스로 거액예금자를 끌어들이려 애쓴다.

이러한 방안의 하나로 통신에 의해 예금계좌를 터주는 영업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미국계인 시티은행이 이런 은행에 속한다. 시티은행은
"우편으로 예금계좌를 개설할수 있다"는 우편물을 가정에 보내곤 한다.

검찰등 요구땐 자료제공
우편으로 계좌를 개설해준다는 것은 실명이든 가명이든 별로 문제삼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주소는 맞게 쓴다하더라도 예금주는 얼마든지
가명으로 할수 있는 것이다.

금융자산이나 소득을 감추고 싶을때는 이런 방법을 쓸수 있다.
가명예금이라해도 예금이자에 대한 소득세는 실명예금과 똑같은 세율이
적용되는 까닭에 사실상 손해도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해서 일본의 여타은행들이 가명예금을 많이 취급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실명제가 정착돼 있다고 할만큼 실명화유도에
적극적이다.

창구직원들은 계좌개설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카드등을
복사해둔다. 일반시민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가명으로 예금했다가 통장을 분실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질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7월1일 대장성이 각 은행장앞으로 "마약등 약품의 부정거래에
따르는 머니런더링(돈세탁)방지에 관한 통달"을 보낸이후 실명확인은 더
철저해졌다.

다이이치 캉교 은행의 치쿠시게노부씨는 대장성통달을 보여주면서 각
은행들은 계좌개설시 실명확인을 하고 있다고 밝힌다. 계좌개설시
본인확인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영업장에 포스터를 붙여두고 필요하면
통달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통달은 각 은행에 대해 계좌개설,금고대여,신탁거래,거액현금 거래시
공적증명서류등에 의해 본인 인가를 확인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은행들은 이런 현황을 6개월마다 대장성에 보고해야 한다. 각
은행들은 또 고객 확인기록,계좌에 관한 기록들을 계좌개설일로부터 5년간
보존하도록 돼 있다.

검찰이나 국세청의 요구가 있을때는 가능한한 이런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본인 확인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전출증명서 인감증명서
각종건강보험증 연금수첩 학생증 사원증등으로 하고있다.

법인인 경우 등기부등초본 인감증명서 국세 또는 지방세영수증등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거래시 5백만(국내)~3천만엔이상(국외)은 반드시 본인확인을 해야
한다.

한국계 은행의 한 지점장은 "어느 교포사업가가 본국에 1억엔정도
송금했는데 세무서에서 나와 조사를 받은적이 있다"는 경험담을 들려
주었다. 거액자금 거래는 일본은행에 보고되고 이는 다시 관할세무서로
넘겨지는게 확실하다는 얘기이다.

돈세탁 방지를 위한 행정지도가 실제로는 금융거래의 실명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행정지도로 실명화 촉진
일본은행은 은행들의 계좌실명확인 여부를 가리기 위해 샘플을 추출하는
검사도 하지만 거의가 경영지도 검사이다. 이자가 없는 보통예금등은
검사대상도 아니다. 적발검사를 하지않아도 은행들은 행정지도를 잘
따른다. 만약 검사에서 위규사항이 적발되면 승진길이 막히게 된다.

따라서 일본은행측은 은행 금융기관의 예금계좌가 거의 실명화돼
있을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실명화통계를 내지않는 까닭에
가명계좌가 얼마나 될지 알수는 없다.

다만 신용금고 신용조합등 중소금융권에서는 고객유치를 위해 차명 또는
가명계좌도 일부 눈감아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력이 약한
중소금융기관들은 이렇게라도 해야 예금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사회보장,분배상의 공평및 저축장려측면에서 비과세예금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이자비과세제도는 소득세법이나 조세특별조치법에 의해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가 면제되는 제도이다.

비과세 저축은 크게 노인저축,샐러리맨의
재형저축,납세준비예금,학생저축등 4종류로 나뉜다. 노인저축은
65세이상인 사람,유족기초연금을 받는
부인,과부연금생활자,신체장애자등이면 이용할수 있다. 1인당
3백만엔한도이나 내년부터는 3백50만엔까지 예금할수 있다.

노인저축은 금융상품에 따라 1마루우 2특별마루우 3우편저금으로
구분된다. 마루우는 은행등의 예저금 대부신탁 공사채
공사채투자신탁등이다. 특별마루우는 이표국채 공모지방채등이다.

샐러리맨들은 재형주택저축이나 재형연금저축을 이용할수 있다. 이
두가지 저축을 합쳐 5백만엔(94년부터 5백50만엔)까지 저금할수 있다.
저축방법은 직장에서 일률적으로 급료에서 떼는 방식이다.

중금융사들 가명 묵인
비과세저축을 이용하려면 비과세저축신고서의 제출등 일정한 수속이
필요하다. 노인의 경우 주민등록증사본,장애자는 장애자수첩과 증명서등이
필요하다.

이들 비과세저축은 이자소득의 20%를 원천징수하는 과세예금과는 달리
세금이 전혀없다. 은행들은 이 비과세저축과 관련된 보고서를 세무서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거액자금들은 신분을 노출하면서 비과세저축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증권쪽에는 가명거래가 얼마든지 가능한 까닭이다. 가명에 대한
세율도 실명과 똑같은 까닭에 선택의 폭은 더욱 넓다.

<동경=김형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