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과천쪽으로 가려면 남태령을 지나야 한다. 고개를 막 넘어서면
사거리가 나오고 그 왼쪽에 허름한 창고가 하나 있다.

바로 이곳에서 조각가 조인구(33)씨는 부처같기도 하고 예수같기도 한
얼굴을 만든다.

9~15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송원화랑(732-9556)에서 갖는 세번째 개인전에
출품하기 위해 마무리가 한창인 작품들은 "동양의 슬픔"시리즈.

2회 개인전에서 발표했던 "레퀴엠"연작의 얼굴들이 슬프고 처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면 이번 출품작의 얼굴들은 제목과는 달리 단아하고 의지에 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진지한 인간의 모습을 나타내고 싶습니다. 보는 사람 모두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기를
기원하면서 작업 합니다"
"동양의 슬픔"이라는 제목은 한국사람을 포함한 동양인에게 슬픔은 곧
힘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때문이라고.

"슬픔이라면 흔히 허무적이고 퇴폐적인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그렇지않다고 봅니다. 깊은 숲속 나무의 이끼가 슬픔인 동시에 관록의
상징이듯 슬픔은 살아있음의 표징이자 다시 살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믿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또 머리는 까만 오석,몸통은 분홍빛이 섞인 화강석으로
만든 이색작품들을 발표한다.

하나의 작품을 오석과 화강석,흰대리석과 오석등 색상과 질감이 다른 두
종류의 돌로 완성함으로써 종래 조각에서 도외시되어 온 색채의 조화내지
결합문제를 풀어보는 것.

"조각,그 중에서도 돌조각에 색채를 도입하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한 결과
머리와 몸을 다른 돌로 만들었습니다.

미술에서의 실험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얼굴이 일자 눈썹을 갖고 있는 것은 작품속의 인물들이 언제나
깨어있고 따라서 보는 사람들이 작품을 대하는 순간 자신을 추스릴수 있게
되기를 원하는 까닭이라고 말한다.

조씨는 서울 태생으로 서울대조소과와 동대학원을 마쳤다. 고생스럽지만
작품활동만으로 생활하겠다,공모전에 출품 않겠다,모든 작업을 직접 하겠다
등등 고집을 갖고 있다.

<글박성희기자> 사진강은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