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태능국제사격장 안에 있는 88서울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
기념비 앞에는 늘씬한 금발의 미녀가 한 이름을 응시하며 서 있었다.

기념비 중앙 하단에는 "스탠다드3자세 금메달리스트 베셀라
레체바.불가리아"라고 새겨져 있었다.

레체바(29)는 기념비 앞에서 "왜 이렇게 한.일과는 인연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85년 세계 사격계에 혜성같이 나타나 뛰어난 미모로 "미녀 총잡이라는
애칭을 얻은 레체바,그녀가 처음으로 쓰라린 좌절을 맛본 것은
88서울올림픽에서였다. 이후 바르셀로나올림픽,그리고 이번대회에서도
게속 "의외의 한국선수"에게 고배를 마셨다. 그녀에게 "한국징크스"의
악몽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는것. 서울올림픽 공기소총에서
예선탈락,스탠다드3자세에서 은메달에 그친 레체바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다시 무명의 한국선수 여갑순(한체대)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때 레체바의 애칭에는 "비운의 미녀 총잡이"라는 수식어가 새로
붙여졌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지녔음에도 올림픽과는 인연이 먼데 대해
팬들이 안타까움을 느끼며 붙여준 것이다. 그러나 레체바는
바르셀로나올림픽직후에 열린 월드컵파이널스대회에서는 스탠다드3자세
세계최고기록을 작성,역시 세계1인자임을 과시했다.

이번 서울월드컵에 참가하면서 레체바는 여갑순에 대한 설욕과
"코리아징크스"를 깨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였었다. 그러나 결과는 또한명의
코리안 이은주(국민은행)와 신예 타밀(미국)에게 고배를 들며 노골드의
불운을 당했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주부선수지만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딴후에야 총을 놓겠다는 레체바. 불가리아의 국민적
영우이자 세계 사격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레체바는 "언젠가는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낼 날이 있을 것"이라며 2일부터 열리는 LA월드컵에
참가하기위해 서울을 떠났다.

<김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