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가 착한 한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었다. 그뒤 착했던 남편은
어쩌다가 악한 마음을 지닌 여인과 재혼했다. 그는 새로 맞은 아내처럼
악한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착했던 아내도 역시 재혼했다. 상대는 악한
성정의 남자였으나 착한 여자와 결혼한 이후 점점 착한 남편으로 변해갔다.
선한 남편이 악한 아내의 영향을 받아 악한 남편으로 변해 버렸고 악한
남편은 선한 아내 덕택으로 착한 남편이 된것이다.

약3천년전부터 전래되어온 유태인의 성전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교화력에 관한한 여성의 절대우위를 알기 쉽게 풀이한 것이다.
"여필도부"니 "부창부수"니 하는식의 우리네 전통과는 판이한 덕목을
제시하고있다.

물론 한국의 주부들이 가정의 벽을 허물고 사회의 전면에 나선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녀들의 교육권은 이미 오래전에 아내의
전결사항으로 굳어졌고 가정의 경제권 역시 아내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대입비리사건이 터질때마다 아내들이 수난의 대상이 되었고
요며칠 사이의 군장성 부정진급사건에도 장군의 부인들이 사건의 전면에
부각되기도 했다.

그런데 시와 술속에서 천진난만하게 일생을 살다 엊그제 귀천한
천상병시인의 아내 목순옥씨는 탈무드가 소개한 선한 아내의 전형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평생을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생을 살아온 천시인을 목씨는 그가 눈을
감을때까지 손바닥만한 찻집을 경영하면서 사랑에 넘친 뒷바라지를 해왔다.
아내로부터 받는 매일용돈 2,000원으로 천시인은 정말로 행복하고 선한
일생을 다한 것이다. 그가 남기고간 시 한 구절만 보아도 그가 누린
행복한 삶을 쉽게 상상할수 있다.

나는 세계에서/제일행복한 사나이다/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생활의
걱정이 없다/.이쁜 아내니/여자생각도 없고/아이가 없으니/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집도 있으니/얼마나 편안한가/막걸리를 좋아하는데/아내가 다
사주니/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부정에 찌든 1억원짜리 돈봉투의 썩은 냄새도,으리으리한 빌라의
철문소리도 들리지 않는 소박한 행복을 천시인은 누리다 천국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