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에 대한 미국입장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지금껏 엔고를 용인하는 자세를 보여온 미국이 27일 최근의
엔화가치급등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엔화상승에 급제동을 걸었다.

미연준리(FRB)는 이날 뉴욕환시에서 엔화가 미달러화에 대해 1백9엔대로
치솟자 뉴욕연방준비은행을 통해 달러화를 적극 매입,달러화가치상승을
부추겼다. 이같은 개입에 영향받아 엔화는 이날 미달러화에 대해 전날보다
달러당 1.10엔 급락한 1백11.70엔에 폐장됐다.

FRB의 시장개입은 28일 동경환시도 자극,엔화는 전날보다 달러당1.40엔
하락한 1백11.88엔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이 달러화지지를 위해 환시에
마지막으로 개입했던것은 지난 92년 2월로 엔화가 달러당 1백26엔대에서
움직일 때였다.

뉴욕환시개입이 있은 직후 로이드 벤슨 미재무장관은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증언을 통해 "엔화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오해를 받고있었다"고 지적하고
환율은 관련국들의 경제기본여건을 반영해야한다는 것이 행정부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제외환시장의 과도한 불안정은 경제성장에 해롭다고 덧붙인뒤
상황에 따라서는 외환시세안정을 위해 G7(서방선진7개국)국가들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G7과 공동개입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벤슨의 이같은 발언은 그가 환율문제에 관해 지금껏 "노코멘트"로 일관해
온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벤슨의 노코멘트는 엔고를
묵시적으로 용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엔화가치 상승을 부채질 했었다.

대다수 외환전문가들은 그의 발언과 FRB의 시장개입이 29일 G7재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엔고에 대한 궤도수정을 한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현재의 엔화가치 절상수준을 일단 긍정적인것으로 평가하고
미정부가 의도적으로 엔고유도정책을 펴왔다는 비난을 모면하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들은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일본경제의 회복이 세계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것이 미국의 입장변화에 영향을 준것으로 분석했다. IMF는
최근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당장에는 일본이 경기회복을 통해
수입여력을 넓혀가는 것이 일무역흑자축소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이런점에서 엔화의 급격한 상승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29일 열리는 G7재무장관회담에서 환시세 안정을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FRB의 시장개입이 미정책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기보다 일본에
대한 일시적화해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적지않다.

런던 케미컬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코커씨는 일본무역상대국들이
엔고를 통한 일무역흑자 감축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이번 FRB조치는
달러화에 잠시 숨돌릴 여유를 주는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하야시 요시로 일본대장상은 "벤슨의
발언은 지금까지 자신이 주장해온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고 밝혀 일단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전문가들은 그러나 벤슨발언의 진의와 그에따른 향후 엔.달러환율의
움직임은 G7재무장관회담을 지켜보아야 드러날수 있을 것으로
지적하고있다.

<채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