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성은행감독원장은 28일 오전9시께 왼발을 절뚝거리며 지팡이를 짚고
찌푸린 얼굴로 출근했다.

지난 겨울 등산때 다친 왼발뒤꿈치의 상처가 도져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어보이는 그의 모습은 사정의 직격탄을 맞아 장기오부원장이 고꾸라진
은행감독원의 일그러진 위상을 대변하는듯했다.

도대체 사정의 끝은 어디에. 은행장4명을 퇴진 또는 구속시킨 사정강풍이
감독당국을 향해 몰아치고있어 금융계의 불안감이 증폭되고있다.

은행장의 목이 날아가자 "홍역을 치를만큼 치렀다"고 자위했던 금융계는
고구마덩굴처럼 비위덩어리가 속속 드러나자 "사정활동에는 끝이라는
단어가 없는것같다"며 아연 긴장해있다.

이같이 증폭되는 불안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감사원 검찰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목표와 대상을 겨누고 파헤치는 투망식 또는 기획식 사정은
어느정도 진정돼 가는듯한 감을 갖게한다.

청와대당국자가 지난27일 금융계에 대한 추가적인 사정은 앞으로
상당기간없다고 말한것이나 박종철검찰총장이 28일 기자들과 만나
안영모동화은행장건외에 시중은행장의 비리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점에서 그런 유추를 할수있다.

감사원도 "시중은행에 대한 감사설"에 대해 "그런 계획이 없으며
시중은행은 감사원의 사정대상도 아니다"고 해명,추가적인 대규모
사정활동가능성을 배제했다. 이환균재무부제1차관보도 은행전체를
대상으로한 조사는 없는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소 누그러지는듯한 사정당국의 이같은 자세가 금융계에 뿌리박힌
관행성비리에서 눈을 떼겠다는 뜻은 분명아니다. 개혁과 부패척결이라는
도도한 물결에 저항하는 세력은 언제든지 치고 금융계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있다. 성역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사정당국은 금융시장이 경색됨으로써 새정부의 신경제계획이
지장받을 것을 우려,분위기를 진정시켜야한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암세포를 퇴치하려고 너무 독한 약만 투입하면 환자가 죽을수도 있고
쇠뿔을 빼려다 소를 죽일수 있다는 또다른 불안감을 사정당국자들도
어느정도 갖고있는 듯하다. 정부가 설비투자를 추진하기위해 각종
자금공급을 늘리려해도 쓰려는 측이 많지않은게 현실이기도하다.

이번에 장기오은감원부원장 장태식국민은행부행장보 김재식국민리스사장이
감사원에 의해 비위가 적발된것은 사정의 끝내기수순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감사원은 이달초 은감원을 통해 국책은행임원등을 포함한 금융계인사
1백61명의 예금계좌를 조사했고 그결과 이들 3명이 최종 처리대상으로
좁혀졌다는 점에서다. 감사원은 이들3명만을 빼고 나머지 사람들의
예금조사내용을 파기해버렸다.

물론 사정의 거센 바람이 누그러지는 듯하다고 해서 사정의 종착역이
보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청와대당국자가 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사정은 없다고 말했으나 근거가
있는 진정이나 기명투서에 대해서는 사실확인을 거쳐 관련자를
조치할수밖에 없다고 말해 언제 어느곳에서 터질지 알수 없다. 전쟁이
끝나가는듯한 벌판에 부비트랩이 널려있는 꼴이다.

일부에선 금융계사정이 5.6공 정치권의 실세였던 L.K.P의원들과 가까웠던
인물을 제거하는듯한 흐름이어서 또다른 부상자가 나올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선 행장급에 이어 장태식국민은행 부행장보가 걸려든만큼
지점장급들이 당할것이라는 소문이 많다.

또 은행장 은감원 재무부로 비화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전체적인 흐름은 이같은 우려와는 다소 다르지만 사정태풍의 진로가 워낙
불확실해 금융계의 불안감이 여전히 고조되고 있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