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앙수사부. 대형 비리사건을 파헤치는 검찰내 핵심 수사조작이다.

"중수부가 칼을 빼면 장관급 정도는 친다"는 말이 법조계에 알려져 있을
정도로 중수부의 수사착수는 곧 거물구속을 뜻한다.

그러나 금융계를 꽁꽁 얼어붙게 한 동화은행 대출비리 사건수사에 대한
중수부의 중간성적표는 한마디로 기대이하다.

1주일 가까이 수사하면서 가짜영수증처리로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안영모행장(67)만을 구속한 것 말고는 별다른 전과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안행장이 대출커미션으로 조성한 비자금중 일부가 감독기관및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 검찰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김태정중수부장은 "비자금의 행방을 쫓기 위해 수표추적을 하고 있어
수사가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부장은 그러나 몇몇 정치인들이 돈을 받았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절대로
그런 사실이 없다"며 펄쩍 뛰었다.

차관급의 지검장 직책인 김중수부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자면 검찰이
뭔가 헛다리를 짚었다는 셈이 된다.

김부장은 지난 22일밤 브리핑에서도 김종호 전해군참모총장 인사비리
수사착수와 관련,"솔직히 안영모 동화은행장수사에서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니 않아 실망했다"며 "중수부의 명예를 위해 김전총장 건에 대해
전격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권력교체기에 상층권의 미묘한 흐름을 감시하고 있는 중수부가
지검급 수사부서에서나 맡을 가짜영수증건과 대출커미션사건에 손을 댔다는
것은 뭔가 석연치가 않다.

6공초 중수부는 5공비리수사로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5공실세들을
줄줄이 구속한 "혁혁한 공적"이 있기 때문이다.

서소문 대검청사 12층 중수부 조사실. 금융계의 블랙머니를 추적하느라
며칠째 밤에도 불이 켜져있다.

검찰은 뒷돈 없으면 안돌아가는 지하경제의 부조리를 이번에 사정없이
사정해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응원섞인 기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구학.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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