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규제 완화의 하나로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가 검토되면서 최근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주택문제를
전공하는 일부 학자들과 주택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분양가 규제는
민간주택공급을 위축시키고 투기를 부채질하며 비효율적인 토지이용을
유도하는등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므로 분양가를 자율화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분양가 자율화를 주장하는 측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이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주택 200만호
건설을 통해 연간 주택공급능력이 50만채 정도로 크게 늘어난 지금이
분양가 자율화에 적절한 시기라는 주장이 있다.

과연 주택시장 여건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는가. 요즘 신규주택 시장은
공급과잉일지 모르나 집없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에서 전체
주택시장은 여전히 초과수요 상태이다. 또한 미분양 주택이 많다고하나
적어도 수도권에는 미분양주택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신규주택시장의
공급과잉도 지역적인 현상일뿐이라고 볼수 있다.

둘째로 자율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분양가를 자율화한다고 반드시 집값이
오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무주택자는 많지만 집이라는
재화가 너무 비싸 구입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실수요자인 무주택자들만 볼때는 유효수요가 크지 않을지 모르나 이미 집이
있지만 더 큰 집으로 늘려가려고 하거나 재산증식을 위해 집을
분양받으려는 계층의 수요까지 고려하면 유효수요는 엄청나다.

셋째 분양시장에 초과수요가 몰려있는 까닭은 분양가와 싯가사이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분양가를 자율화하면 시세차익이 없어지므로
초과수요도 줄어든다는 주장에도 문제는 있다. 분양가 자율화로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가 없어져 초과수요은 줄어들지 모르나
집없는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이며 이경우 무엇을 위한
시장자율화냐는 정책당위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넷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분양가를 자율화하면 사람들이 몰리는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지역의 집값은 비싸지고 다른지역의 집값은 싸질것이므로
균형있는 지역개발에 도움이 될수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오늘날의 심각한 주택난은 인구의 도시집중 때문이며 이는 다시 교육 문화
직장등 생활여건의 차이와 농촌인구의 도시유입때문으로 집값이 비싸지면
도시근교로 옮겨 도시팽창을 부를뿐 균형있는 지역개발이 되는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분양가 자율화에 대한 주택은행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반대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한다. 자율화를 지지하는 쪽은 분양가
자율화의 부작용이 과장되어 있으며 이론적으로 별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의 반대가 큰 것은 비합리적인 기대심리 탓이므로
행정당국과 언론및 전문가들이 자율화를 위한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굳이 합리적 기대가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수요자의
기대심리에는 시장요인이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구조적인
수급불균형과 집값상승요인이 주택시장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채 집을 재산증식수단이 아닌 거주공간으로 봐야 한다고 홍보해봐야
먹혀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분양가 자율화를 포기하거나
무작정 늦추자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자율화뒤 발생할 조정비용을 최소화
하려면 언제,어떻게 자율화를 해야 하는냐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가 분양가 자율화에 적절한 때인가. 우선 주택수급및
금리자유화라는 두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먼저 주택시장의
수급불균형을 가능한한 줄여 자율화에 따른 충격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을
최소화 해야 한다. 현재의 주택건설 능력으로 매년 50만채 정도는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지않고 공급할수 있다고 보며 이경우 앞으로
4~5년안에 주택보급률이 85%가까이 올라가게 될 것이고 다가구주택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주택보급률은 90%를 훨씬 넘게 될 것이다.

둘째로 금리자유화와 금융시장개방이 오는 97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주택내지 부동산은 금융상품과 대체관계에 있는
자산으로서 금융시장변화는 주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셋째로 제도정비와 정치적인 고려를 해야한다. 부동산 보유과세의
현실화와 금융실명제 실시등의 제도개선에 시간이 필요하며 또한 96년
상반기와 97년말에 국회의원선거및 대통령선거가 있을 예정인데 선거를
앞두고 중대한 제도변화를하기 어려운 정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모든점을 종합할때 분양가 자율화는 97년말이나 98년초의 비수기에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분양가 자율화를 한다면 전면실시 또는 단계적 실시중 어느쪽이
좋으며 단계적 실시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주로 논의되고 있는
단계적 실시방안으로는 6대 도시를 제외한 지방부터 실시하는 방안과
전용면적 25. 7평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부터 자율화하는 방안이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먼저 6대도시를 제외한 지방부터 분양가 자율화를
시행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지방주민들에게 이롭지 못하며 건설업체에도
별로 도움이되지 않는다. 이에비해 중대형아파트부터 자율화하는 것은
자칫하면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이 이루어질 염려가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승인때 전용면적 25. 7평 미만의 국민주택을
일정비율이상 짓도록 규제한다면 규제방식이 가격규제에서 물량규제로
바뀔뿐이며 규제변화에 따르는 또다른 부작용이 예상될수 있다. 즉 업체가
물량규제를 잘지키고 있는지 감독해야할 뿐만아니라 가격차별에 따라
국민주택의 품질이 나빠져 중대형 아파트선호와 중대형 아파트값의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제도나 정책이 바뀌는 과정에서는 흔히 조정비용이 발생하게 마련이며
이에따라 이해집단의 대립이 생기기 쉬우므로 변화에 따른 계층별 손익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국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정책을 마련할때는
시장균형을 따지는 정태분석보다 정책에 따른 이해득실과 어느 계층이
얼마만큼의 부담을 지는지를 엄격하게 따지는 동태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