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회와 영랑회. 앞의 것은 동아대학교 60년도 입학동기생 13명의
친목모임이고 뒤의 것은 경구회 회원의 아내들 모임이다. 대부분의
친목모임이 남자들 위주로 되어있어 아내들은 연말이나 이따금 갖는
야유회에 동반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상례를 벗어나 가능하면 부부동반 모임을 가짐으로써 남편과
아내들의 맺힌데 없는 대화의 길을 모색함은 물론 이를 계기로 더욱
부부애를 깊게 하자는 뜻에서 경구회가 발족된지 5년뒤인 90년 초봄에
영랑회가 만들어졌다.

첫 부부동반 여행지였던 속초 영랑호의 콘도에서 부부애를 돈독히 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밤새껏 토론을 벌이고 이튿날 아침 영랑호와 설악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나서 아름다운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자
이름을 영랑회라 한것이다. 경구회의 정기모임은 2개월에 한번씩
부부동반으로 모이고 영랑회는 매월 한번씩 아내들만으로 따로 만나게
되다보니 남편들 보다 아내들에게 더욱 뜻있고 활발한 모임이된 셈이다.

공직근무자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회원들을 빼고 "아내와 여행에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후회하는 법이 있을수 없다"고 한 어느수필가의 글이
떠올랐다. "늙어지면 결국 남는건 부부 두 사람과 친구밖에 없더라"는
노선배의 가슴 저린 토로를 들은 일도 있다.

우리 경구회와 영랑회 회원 26명은 일상생활이 곧 여행같게 기왕여행을
할바엔 즐겁고 낭만적인 것이 되도록 서로 노력하며 각자 맡은바 소임에
충실하자며 다짐하였다. 곽 인(안병옥) 김우찬(이경순) 김성부(신수명)
김지현(김길숙) 서성남(감덕선) 손상호(김덕자) 여수엽(박찬임)
윤정길(강행자) 이상돈(장혜자) 이채동(박청자)이열우(이영숙)
지명준(김영희) 홍인길(윤선애)씨는 자랑스런 13명회원 부부의 면면이다.

입학은 같이 했으나 졸업연도가 다르고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서로 다른
고향과 직장이지만 같이 모여 뜻을 확인하고 여행같은 인생을 살다보면
세상인심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우리 회원들 만큼은 변하지 않고 또 냉혹한
세상살이에 조금이나마 윤활유가 될수도 있지 않겠나하고 자긍심도
가져본다.

확정되지는 았지만 5월마지막 주말께 하동쌍계사를 들러 지리산
아랫자락을 다녀오자는 어느 회원의 말을 며칠있다 아내에게 해줘야겠다.
떠나는 차속에서 "심족랑위부 신한내부귀 부귀재차중 하필거고위"라는
글귀를 풀어 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