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엔고충격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엔고행진이
계속돼 달러당 1백10엔대를 육박한 까닭이다. 완만한 엔고는 바람직하다는
자세를 취해온 일본정부도 급격한 엔고에 초조해하고 있다. 군살빼기와
원가절감으로 엔고를 극복하겠다던 산업계에서는 비명이 터지기 시작했다.
자체노력만으로 엔고부담을 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일본에서는 엔화강세가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어디까지나 경제구조적인 측면에서 엔고는 "정해진 길"을
가고있다는 당위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엔고에 대한 일본의 시각변화 엔고전망,산업계동향,한국의 대응책등
부문별 관심사항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 일본의 시각

일본은 엔고를 단순한 경제현상뿐 아니라 미국 경제정책의 일환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한것 같다. 클린턴 미대통령이 "엔고는 유효하다"는 발언을
계기로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경제시대"가 된
오늘날 미국은 시장개방,거시적경제협조,엔고유도를 새경제전략으로
삼고있다는 시각이다.

일본은 미일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을 재조명하고있다. 달라진 미국을
확실히 느끼고 있는듯하다. 그것은 동맹국에 대해 배려 했던 냉전시대의
미국과는 거리가 멀다. 자국의 손익계산에 최우선순위를 두는
"경제미국"의 모습이다.

일본은 미국이 엔고를 미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대EC적자가 해소된 현단계에서는
대일경쟁력회복이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은 장기금리가
안정돼 있고 마르크화도 안정돼있어 엔고는 결코 나쁠게 없다는 결론을
내린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미일간 경제성장률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엔고흐름은 어쩔수
없다는 숙명론적 태도로 바꿔지고 있다.

일본은 또 독보적인 무역흑자를 내고있는 상황에서 더이상의
수출드라이브정책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제적인 마찰을 확대시킬게
뻔한 까닭이다. 그만큼 내수주도형경제로 산업구조를 재편성해나가고
기업을 재구축해 나가지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과거 엔고와의 차이

일본의 엔고는 제2차대전후 4번째이다. 그러나 이번 엔고성격은 과거와는
다른 면이 있다.

71년 "닉슨쇼크"때는 미국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데다 금준비고가
1백억달러를 밑돈데 따른 것이었다. 78년의 엔고는 미국이 오늘날 "쌍둥이
적자"가운데 골칫거리인 경상수지의 적자화가 발단이었다. 89년
플라자합의에 의한 엔고는 미국의 순채무국전락이 배경.

이같이 1~3차엔고는 냉전시대의 환율조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냉전체제가 깨진 "경제전쟁"시대의 환율조정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엔화절상폭은 제1차엔고때는 16.9%,2차 50%,3차 10%수준이었다. 이번에는
약 12%수준이다.

<> 엔화 전망

동경외환시장에서는 여전히 엔화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일본은행이 수억달러의 시장개입에 나선 이번주 들어서도
이런 공기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클린턴미대통령의
엔고용인발언등 정치적요인들로 엔화수요가 아직 왕성하다. 엔화는 최근
G7회의가 열릴때마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29일 G7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회담,7월7일의 동경G7회의가 예정돼있어 엔화가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거리이다.

이에따라 엔화는 1백10엔대의 벽을 깨고 1백엔대로 진입할 가능성을
점치는 외환딜러들이 많다. 최고 1백4엔에서 1백9엔선,최저는
1백11~1백16엔선이다. 시티뱅크동경지점등 외국계은행들은
1백4~1백5엔선까지 점치고 있기도 하다. 동경시장에서는 해외투기세력이
가세돼 있는 까닭에 엔화가 일단 1백10엔대를 돌파해야 외환시장이안정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 산업계의 동향

일본산업계는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악화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역흑자로 엔고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강해 자동차 전기업계는
수출단가인상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저하를 막기위해
해외부품조달확대,해외생산확대등 근본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혼다기연이 이달들어 미국에서 가격인상조치를 취했으며 미쓰비시자동차
후지중공업등도 가격인상을 검토중이다.

전자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소니 일본빅터 히타치 도시바 NEC등은
수출가격을 이미 올렸거나 올릴 계획이다. 이에따라 미국등에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시장점유율이 떨어질 것으로 점치는 의견이 우세하다.

수출비중이 높은 카메라 사무기기업체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캐논은
1엔의 엔고로 50억엔의 외환차손이 발생한다고 울상이다. 수출비중이
80%가까이 되는 탓이다. 이에따라 가격인상을 검토중이다.

후지제록스는 엔고위험을 줄이기 위해 거래를 엔화로만 하고있다.
히타치공기등 공구업계는 해외생산확대,미국등으로부터의 역수입방안도
검토중이다.

플랜트업계는 엔화가 달러당 1백10엔대가 되면 수주가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입찰시 응찰가격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기기의
해외구입,설계거점해외이전등을 모색중이다.

<> 한국의 대응책

최근 대일수출전선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엔고가 급진전되면서
대일수출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 이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4월들어 일부 품목들은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고무 가죽제품 철강금속 플랜트 컬러TV VTR 전자부품 일반기계류의 수출이
회복기조에 있다.

89년이후 위축일로에 있던 대일수출전선에 청신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대일수출이 급증하는 품목은 일반기계 전자제품 철강금속
안경테등이다. 이들 품목은 올들어 전년동기 대비 20~46%의 증가율을
기록중이다.

그러나 일본 엔고를 활용하는 것은 일시적인 대일수출 확대보다는
구조적인 대일역조개선의 기반구축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엔화가 급등하면서 일본 산업계는 전반적인 산업구조조정이나
국제수평분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진 산업의 잉여설비나 일부 하이테크분야의 개도국이전등을
통한 경쟁력확보를 적극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그동안 추진해왔던 한일양국간의
수평분업체제의 확립과 기술협력확대등에 더없이 좋은 기회라는게
현지기업인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다만 이러한 분업확대의 열쇠는 한국의
여건정비라고 볼수있다.

외국인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현실적 여건하에서 이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되는 셈이다. 이는 한국의 정책당국과
기업인들의 노력여하에 달려 있다고 본다.

[동경=김형철특파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