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는 기술의 기반이 튼튼 해야만 장기간의 경쟁에서 이겨
나갈수가 있다.

우리가 초장기직후인 55년에 독일양조기사를 초빙,고용한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했고 기술의 취약상태를 보완하는 한편 우리
기술자들을 훈련 교육하는 동안의 공백상태를 막아 보자는 과도기적인
조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체기술자들의 교육계획을 세우고 우선 가장 능력 있고
의욕도 있는 기술자 한사람을 선발해서 독일기사의 조수노릇을 하게
함으로써 독일말도 배우게 하고 서독양조기술자가 갖추어야할 초보 학습을
하게 하였다.

서독양조기사인 루돌프 쇼테씨가 한국에 도착한지 1년6개월만인 56년
8월에 한국인 양조기사 선우일씨가 서독에서 양조공학을 연구하기 위해
장도에 올랐다. 뮌헨 공대에 입학하기 위한 자격은 충분히 있지만 그래도
한 6개월 정도는 어학공부를 더 충실히 한후에 입학지원을 하는것이
좋겠다는 충고는 우리도 수긍이 가는 것이어서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러한 수순을 밟기로 했다.

기술을 공부하기 위해 회사의 경비로 외국대학에 유학하게 한 사례는
아마도 우리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서울대공대 화공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유능한 과학도였기에 당연하다고도 할수있지만 그래도
과학을 공부한 여러사람들은 그를 몹시 부러워 했던것이 사실이다.

선우일씨는 우리가 기대한대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다른
외국학생들 보다 2년이나 앞질러서 뮌헨공대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의 전공은 공업미생물학및 발효생리학이었고 학위를
취득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4년이 채 못되는 단시일이었다. 그의 학위
취득이 1년 늦어지면 우리의 양조기술 발전도 1년 늦어질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는 많은 귀한 시간을 벌어 주었던 셈이다. 60년 그에게
주어진 뮌헨공대 농학박사 학위는 동북아시아 사람에게 주어진 농학박사
학위로서는 첫번째였다.

선우박사는 귀국전에 독일연수를 위해 우리가 제2차로 유학시킨
성우경씨의 체독이 아무 불편없도록 주선해주고 60년2월에 금의환향하였다.
그후에도 계속해서 기술계통 사원들을 서독 영국 미국 일본등 외국에
유학시키면서 이들 나라의 양조기술을 습득케하였다. 그 결과 현재는
외국박사 4명 외국석사 9명등의 두터운 기술진을 갖게 되었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기술자들을 외국에 유학시키면서 기술을 축적해가고 있다.
귀국후에도 이들은 매년 국제학회나 맥주관계전시회에 참가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얻어오고 있다.

이러한 두터운 기술진이 있었기 때문에 76년에는 외국제품과 비교해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 마주앙 포도주를 시장에 내놓을수 있었고 80년에는
미국 씨그램회사와의 양주제조를 위한 합작회사 설립도 순조롭게
성사시킬수 있었던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또 적자회사이던 백화양조를 인수해서 국민의 애음청주인 청하를 만들어낼
수가 있어서 적자회사를 소생시킬수 있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시장개방의 물결이 몰아칠것에 대비해서 우리는 세계각국 유명 맥주의
국내 OEM양조 판매를 계획하였다. 우리가 향항업자와 계약해서 부루걸을
OEM방식으로 제조 수출한것은 우리에게 좋은 경험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결과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브랜드맥주인 하이네켄이 우리에게 OEM으로
맥주양조 판매를 위탁해오게 되었고 미국의 세계 제일의 버드와이저 회사가
우리에게 그들의 브랜드인 버드와이저 맥주의 양조 판매를 위탁해 오게
되었다.

일본 최대의 기린 맥주가 OB브랜드 맥주를 일본으로 수입해다 그들의 판매
루트를 통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진에 대한 그들의 신뢰를 보여준 결과일것이다. 지금도 이들 각
맥주회사와는 기술면에서 상부상조하면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 초창기부터 기술문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과분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교육투자를 한 보람이었다고 믿고 있다. 교육 투자에서
오는 효과는 대개 20년 30년등 일세대가 지난 후라고 할 정도의 장기
계획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저개발 국가가 부유한 나라를 따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물질적 자본투자의
부족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적자원(교육)의 부족때문이라고 하는
사실은 이제 경제 이론에 있어서 하나의 정설이 되어 있다 (시카고대 롬머
교수,하버드대 바로교수). 인적자원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교육투자는
나라를 발전시키고 기업을 성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투자다.

기업차원에서 더 필요한것은 현장기술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최근까지만해도 고급기술인력이 현장을 기피하고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것은 한국의 제조업을 퇴보시키는 가장 경계해야 할
경향으로 하루빨리 시정되어야한다. 장기적으로 생각해야할 교육투자보다
현재 기술진을 현장지향적으로 자세를 바꾸게 하는것이 더 급한 일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