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맨 먼저 해야할 일은 법률가를 모두 죽이는 일이다"-
셰익스피어의 "헨리6세"에서 한 작중 인물이 내뱉는 이 말은 법률가를
욕하고 비하할때 요긴하게 인용된다. 그러나 많은 인용이 그러하듯 전체
문맥에서 뜻을 새기지 않고 거두 절미,필요한 부분만 자의적으로 옮겨와
실제 의도와는 엉뚱하게 해석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헨리6세"의 제2막4장에서 두 등장인물이 무정부상태를 초래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겠는가를 놓고 애기를 주고받는다. 여기서 "화폐를
없애고.법률가를 모두 죽이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법률가를
욕하기는 커녕 질서유지를 위한 그들의 긍정적 역할을 평가해 주는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원래 의도야 어쨌든 이 캐치 프레이즈는 법률가와
로비스트들이 득실대는 "소송망국"의 선진사회에선 속시원한 화풀이 용어로
길거리의 T셔츠에까지 새겨지고 있다.

미국은 "법률가들의 세상"으로 곧잘 불린다. 대학 학부를 마치고
3년과정의 "로 스쿨"(Law School,법과대학원에 해당)을 나온 법률가들이
판을 치는 사회다. 역대대통령 42명가운데 25명이 이 법률가다.
상원의원은60%,하원은 42%가 법률가다. 클린턴 행정부의 경우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가 무두 법률가이고 18명의 각료중 13명이,특히 경제관계
4개요직에 이코노미스트는 한 명도 없고 법률가 일색이다.

전국 175개 "로 스쿨"에서 한해 5만4,000여명이 쏟아져 나오고 전국의
10명당 1명이 이 법률가다. 이들의 주업무는 송사와 로비다. 부시-퀘일
콤비가 "로비와 소송때문에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 비용만
증가시켜 경제를 해친다"며 "법률가 망국론"을 편 기억도 새롭다.

이들 법률가들은 적법성만 따지고 도덕성은 부족하며 시야와 폭이
좁은것이 흔히 흠으로 지적된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오 케이하는 사고다. 태통령이 필요이상으로 많은 법률가들에
둘러싸일 경우 클린턴 정부에 득보다는 해가 더 많으리라는 우려도 들린다.

텍사스대학의 스티픈 매기교수는 작년에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법률가
숫자와 경제성장간의 성관관계를 언급한 매기커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성장에 가장 적합한 법률가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나타났다. 일본(20명)과 독일(27명)이 적정선이고 프랑스(7명)와
영국(12명)은 미달,그리고 미국은 38명으로 법률가 과잉임이 여기서도
입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