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은 방화를 해도 무방하지만 서민들은 등불을 켜도 중죄인이
되는"망측한 일이 옛날 중국에 있었다. 약 1,000년전의 일이다. 송나라에
전등이란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엽관운동을 잘한 끝에 주관(도지사)이란
벼슬을 따냈다. 전주관은 현지에 부임하자 어렵게 거머쥔 권력을 한껏
누리고 싶어했다.

권력을 휘두르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중에서 신관사또의 환심을 끈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관청과 개인이 전주관의 이름인 "등"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등자를 쓰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는 포고령이
내려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상원절에 연례행사로 거행하는
방등행사(우리의 연등절같은것)가 다가왔다. 관에서 방등행사에 관한
공고문을 발표하려 했으나 새포고령에 의해 "등"자를 쓰지 못하게 되었으니
명절행사를 제대로 진행할수 없게 되었다. 궁리끝에 방등행사는 그대로
진행하되 글자만은 등자를 빼버린 "방화행사"로 적도록 했다. "방등"이
"방화"가 된 난센스가 탄생되었다. 온 나라에 소문이 퍼지자 전등주관의
이름이 더욱 유명해졌다. 그가 주관으로 있는동안 주민들은 점등이 엄격히
금지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 고사는 권력자들이 저지른 일은 비록 그 행위가 엄청난
범법행위일지라도 "합법"으로 둔갑하고 일반 백성들이 저질은 일은 그것이
적법일지라도 관에 의해 불법으로 치부된 세상을 적절히 꼬집고 있다.

"등"시비가 어처구니 없게도 우리주변에서도 있었다는 보도(한국경제신문
12일자 월요사설)를 보면서 이 고사가 머리를 스쳐갔다. "칼 낫
자물쇠등"위험도가 높은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의
요율이 높이 확립되어있다한다.

그런데 이 규정의 끝부분인 "자물쇠등"의 규정을 들어 해당관서의
일선관리가 조명등업자에게 억지를 부렸다는 보도였다. 조명등
제조업체에게 높은 보험료를 부담시킨것이다. 누가 보아도 이경우의
"등"은 "등"의 경우였지만 이 관리는 "등"이라고 우겨 해당기업체에
어처구니 없는 손해를 끼쳤다고한다. 아직도 군임하려는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일부 일선관료들의 뒤로 자빠진 등부터 먼저 고쳐가야
할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