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경영"(Liberation Management)은 경영학에 관심을 두고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톰 피터즈가 "10억분의 1초를 다투는
90년대를 위해 필요한 해체"란 부제를 달아 내놓은 책이다.

8백여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의 전문경영서이면서도 미국에서 제일
영향력이있는 독서클럽인 "북 오브 더 먼스클럽"(Book of the month
Club)의 주선택도서가 되고 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도
올라있다.

꼭 10년전 피터즈는 그를 세계적인 저술가로 만든 "우수성을 찾아서"란
책에서 당시 새로운 경제세력으로 등장한 일본과 유럽의 위세에 자신을
잃고 혼란에 빠져있는 미국기업들에 자신의 본래위치를 되찾고 옛날의
우수성을 유지하는길은 오직 기업의 제일원칙(고객에 대한 배려,근로자들의
마음을 통한 생산력의 증가.개선을 위한 끝없는 노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87년에는 또하나의 베스트셀러
"경영혁명"(한국경제신문사간.원제직역=혼란기의 번영)을 통해서 훌륭한
경영이란 보다많은 가치를 고객에게,보다많은 봉사의 기회를
기업에,창의성과 성장을 근로자에게 돌리는 일을 가능케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혁명적 변혁을 도모하기 위한 45개의 처방을 제시했다.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그의 주장이 선풍적인 인기를 독차지하고 설득력을
지니게되는것은 그의 지론이 상아탑에서 비롯된것이 아니라 첨단을
달리고있는 유수한 기업들의 생생한 자료에서 추출된 결론이기 때문이다.

"해방경영"에서 피터즈는 90년대에 들어서서 급격히 변하는 상품 서비스와
역시 변하는 시장에 대응해야하는 기업의 조직문제를 다루고있다.
얼마전까지 운동화라는 상품은 별로 설명이 요구되는 상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나이키"에서는"Air shoes","리복"에서는"펌프",그리고
"푸마"에선"Disc system sneaker"란 독특한 개성과 이미지를 지닌 상품으로
변신했고 가격도 한켤레에 1백25달러나 한다.

"타이레놀"(Tylenol)은 무려 41가지의 포장을 통해 두통 감기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고 있으며 워크맨을 만들어낸 79년이래 소니는
2백27개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왔는데 그것은 3주마다 하나 꼴이다.
미국 슈퍼마켓에는 매주 3백여종의 새 아이템이 소개되고 있으며 캘빈
클라인이 계절마다 새로운 패션라인을 소개하듯 이젠 IBM마저도 컴퓨터를
패션화해 철마다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제 기업들은 상품 서비스에 걸맞는 이미지까지를 포함한
상징을 제공해야 된다. 따라서 시장은 전에 비해 좁아지고 까다롭다.
이런 90년대의 현실때문에 멀지않은 장래에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기업조직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것이고 또 존재할수도 없다고 저자는
내다보고 있다.

"해방경영"에서는 그가 과거에 주장했던 기업의 기본원칙을 제쳐놓고
기업조직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변화의 개연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오직 과거로부터의 굴레에서 해방되어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장장 8백여 페이지에 걸쳐 그가 부지런히 극성스럽게 모아놓은
세계우수기업들의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사례들이 연속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새로운 의미의 상품은 CNN의 사례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실감나게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조직은 지난번 미국 대선에 나섰던 로스 페로가 창업한
EDS(Electronic Data Systems)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91년 7만2천명의
종업원,71억달러의 매상을 올린 이 회사는 10명정도씩 프로젝트별로 구성이
되고 독립채산이 가능한 5천개팀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47장에 걸친 풍부한 사례를 들어가며 크고작은 모든업종,기업의
상품.시장.조직문제를 고루 다루고 있다. 방대하면서도 읽기에 지루하지
않고 군데군데 거르고 읽더라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책이다.

<1992년 크노프간 8백34면 27.50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