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작년11월 오피니언난을 통하여 클린턴통상정책의 골격을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한바있다. 즉 조직면에서는 경제안보위원회를 신설하여
백악관이 통상정책에 직접 개입.주도하고 이념면에서는 관리무역주의를
채택한다. 방법론으로는 정부간에 다양한 형태의 막후 협상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전직통상담당관리들의 외국기업 로비스트로의 전향이 엄격히
금지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클린턴행정부가 출범한지 80여일이 지난 시점에서 클린턴통상정책의
골격중 조직과 이념부분에 대해 덧붙이고자 한다.

클린턴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던 경제안보위원회를
국가경제위원회(NEC)로 명칭을 바꾸어 신설했는데 현재 클린턴행정부의
모든 통상정책은 이 NEC에서 마련되고 있다. 경제자문회의 의장인 로라
타이슨이 아이디어와 논리를 제공하면 관계부처 장관들로 구성된
NEC위원들이 토론을 거쳐 정책으로 채택하고 집행계획까지 수립한다.
그리고 집행계획에 따라 무역대표부 대표인 미키 캔터가 악역을 맡고
중요한 고비에서는 클린턴대통령이 직접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USTR(미무역대표부)상무부등으로 흩어져 있는 통상조직을
NEC가 모든 결정을 하고 각 부처장관은 주어진 역할만을 수행하는 형태로
개편하여 과거보다 일관성있는 통상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가 그간 일본 EC에 행한 조치와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
통상리념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관리무역주의를 채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첫째로 클린턴행정부는 여태까지 무시되어온 무역의 구성요소가
중요하다고 본다. 즉 100달러짜리 신발을 수출하는 것이나 100달러짜리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똑 같다고 보는 종래의
견해는 틀렸다고 결론짓고 고소득직업을 창출하고 파급효과가 큰 첨단기술
지식집약산업이 전체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려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대내적으로는 산업정책을 통하여 첨단기술 지식집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대외적으로는 "신중한 행동주의"에 따라 관리무역정책을 펴서
이들 산업의 수출확대를 도와줄 것이다.

둘째 미국기업이 외국정부의 개입으로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는 클린턴행정부는 관리무역정책수단으로 개입하여 그
어려움을 덜어줄 것이다. 로라 타이슨은 자신을 신중한 행동주의자라고
명명하고 관리무역정책수단을 모든 산업으로 확대 적용할것이 아니라
정부개입의 필요성과 성공가능성이 확실한 첨단기술 지식집약산업에
국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 자신은"즉시
행동주의자",독점금지법의 완화등 일반정책수단의 사용에 그치는 "신중한
비행동주의자",정부개입을 절대 반대하는 전통적 자유무역주의자들인
"강력한 무행동주의자"와 구별된다고 주장한다.

셋째 클린턴행정부는 수입규제보다는 수출확대를 목표로 한
관리무역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이 90년대 중반까지
경상수지흑자로 돌아서려면 수출이 1,200억~2,000억달러정도 증가해야
하므로 클린턴행정부는 제조업의 수출증대를 통한 확대균형으로 정책목표를
세운 것이다. 따라서 클린턴행정부는 외국정부에 대하여
수출자율규제협정(VRA)보다는 수입자율확대협정(VIE)을 체결하자고 요구할
것이다. 나아가 APEC(아태경제협력체)회원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통해 관세 비관세장벽철폐를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클린턴행정부는 외국시장개방에 있어서 "선택적 상호주의"를 채택할
것이다. 즉 한나라의 시장개방정도를 모든 분야와 모든 교역상대국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GATT방식을 거부하고 특정국가 특정산업분야의
개방정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일본자동차가 미국에서 30%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으면 미국 자동차도 일본에서 그에 비교될 수 있는
시장점유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로라 타이슨은 이를 비교될 수 있는
시장접근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섯째 클린턴행정부는 100여개국이 모인 GATT에서 첨단기술
지식집약산업에 대한 새로운 룰을 빠른 시일내에 합의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우선 양자간협정 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활용한
소수국가간 협정체결에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클린턴행정부는 UR협상에 계속 참여하기는 하되,그 조속한 타결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냉전종식후 클린턴행정부는 일본 독일 등과의 경제전쟁에서 패하지
않기 위하여 첨단기술 지식집약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산업정책과
관리무역정책을 통하여 수출을 확대하는 국가전략을 세운 것이다.
임원택교수께서 "속책이자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21세기를 향하고 있는
세계경제는 신제국주의아래에 있다. 즉 모든나라가 무역흑자를 내어
인플레 등 "발전에 수반되는 불균형"없이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노력하고,그
중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신세계질서는 신제국주의에 따라 형성되어 갈 것이다. 한국이
신세계질서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빨리 무역흑자로 돌아서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정부는 수출전략산업인 자동차 전자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신명나게 일하도록 해야 하며 또한 하루빨리 정부조직을 개편하여
관리무역주의에 슬기롭게 대응하고 수출확대를 달성할 수 있는 체제를 속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