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면아래서 논의돼온 금융산업개편작업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부터 연구작업을 벌여온 금융제도개편연구소위원회가 9일
1차보고서를 김발심에 상정함으로써 이제부터 사활이 걸린 공방전이
벌어지게 됐다. 저금리시대진입에 이어 제도와 관행의 탈바꿈을 겨냥한
변신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셈이다.

물론 이번 1차보고서는 논란의 소지가 크지 않은 금리자유화 정책금융축소
통화관리제도개선방안만을 담고있다. 업무영역조정 은행소유구조개선
진입규제완화 감독체계정비등 민감한 사안들은 이달하순으로 미루어졌다.
또 보고서의 형식이 대안열거식이어서 당국의 "의도"가 들어있지 않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토론자료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각대안들이 수단은 달리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본격적인 자율과
경쟁,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기때문이다. 이중 일부는 상반기안에
정책방향으로 확정될 것이고 일부는 올 연내에 시행될 예정이기도 하다.
선택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지각변동을 몰고올 진동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금융제도개편의 기본방향은 한마디로 금융본연의 위상회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압축성장"과정에서 산업정책수단의 하나로 전락해버린 금융산업에
본연의 상업성을 불어넣겠다는 뜻이다. 자금조달과 배분을 행정이
지배해온 관치금융을 시장기능에 맡긴다는 방향이다.

금융이 재정과 구분이 안될정도로 비효율이 누적돼있고 시장개방으로
선진금융기법과 맞대결을 피할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금융산업개편은
더이상 미룰수 없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또 경제의 안정성장을
뒷받침하기위해 금융산업의 비효율 제거가 선행돼야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정부가 금융산업전반에 걸친 환골탈태를 서두르는 것도 이때문이다.
개편내용은 금리와 수수료 자유화,진입규제완화,상품개발
자유화,업무영역조정등을 통해 경쟁을 촉진시킨다는게 첫번째 과제다.
이에 맞추어 정책금융과 여신관리를 대폭 축소 또는 완화하고 통화관리도
시장기능에 넘긴다는 방향을 잡고있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경쟁에 따른 부실화와 여신편중,금리상승,불건전화등에
대한 보완책도 준비중이다. 또 금융기관에 대한 소유구조도 재검토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간의 관계를 모색하는 과제도 선정해놓고 있다.

검토대상이나 추구하는 방향에는 이견이 있을수 없다. 문제는
"어떻게"목표에 이를지 그수단과 과정에 있다. 각 대안들이 작용과 함께
그에 상응한 반작용을 수반할수 밖에 없고 집단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기 때문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이
선결돼야하며 피할수 없는 선택이라면 부작용을 감내하겠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야만 한다는 말이다.

논리가 비교적 단순한 금리자유화만 하더라도 그렇다. 앞으로도 정부가
모든 이자율결정을 틀어쥐고 있으라는데 찬성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중금리가 하향세를 지속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단순히
자금수급문제가 아니라 금융산업개편 자체가 금리상승요인으로 작용할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비용이 비싸질수 있는
탓이다. 또 이과정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금융기관은 부실해져 파산지경에
이를수도 있다. 파산을 면키위해 위험도가 높은 고수익자산에 투기적으로
자금을 운용,건전성과 안정성이 무너질 우려도 있다.

정책금융을 축소해야한다는 것도 금융계 내부에서는 새삼스런 주장이
아니다. 그동안 각종 지시금융과 구제금융으로 누적된 부실채권이
금융비효율의 최대원인이고 기업의 정책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정책금융을 줄일 경우 국내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농어촌등 취약부문은 시장기능에 따라 더 높은 금리를 물게돼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뒤따른다.

업무영역조정은 더더욱 민감하다. 은행에 국공채창구매출을 허용하고
증권사는 투신상품과 단기금융상품을,단자사는 자기발행어음과 외환업무를
취급토록하자는 주장등이 제기되고 있다. 종합금융화와 증권화등의
국제적인 추세를 감안할때 지나치게 높은 울타리는 분명히 낮아지거나
허물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자기몫챙기기식으로 겸업을 요구하고 나설경우
자멸을 초래할 것은 자명하다. 또 영역조정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최근에
은행에 융통어음할인을 허용키로 했다가 단자사들의 반발로 보류된게 그
사례다.

감독체제를 정비한다는 것도 시각에 따라 전혀 상반된 쪽을 지향하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등이 기관별로 독자적인 힘을 가지고 관으로부터
독립돼야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모든 규제를 과감히 해제하는 대신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위해 감독기능은 일원화된
관제기구가 맡아야한다는 인식도 상존하고 있다.

이밖에 여신규제나 소유제한,진입규제완화는 각각 경제력집중 가속화나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지배,지나친 경쟁에 따른 부실화우려를 전제하고 있다.

금융제도 개편에서 거론하고 있는 과제들이 이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벌어질 공방전에 귀추가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논쟁의 초점은 선진형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풍토에 맞는
한국적 금융패러다임을 확립하는데 맞추어져야한다고 지적한다. 또
개편자체보다 후유증에 대한 보완책에 더욱 무게가 실려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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