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통산성은 요즘 색다른 구상을 하고 있다. 소위 "산학서미트"라는
협의체를 발족시키려 한다.

산업계와 대학에 학생들의 이공계이탈대책을 모색하기 위해서이다.
통산성은 문부성이나 경단연과 협력,되도록 빨리 이 기구를 출범시킬
방침이다.

일본에서 일고있는 제조업이탈현상은 크게 두가지. 고교생들의 이공학부
진학회피와 이공계대졸자들의 제조업취업기피이다. 내수경기가
위축됐다해도 이런 흐름은 마찬가지이다.

일본정부나 산업계는 이를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제조업기피현상은 바로 "미국병"에 걸린 징조라는 것.

미쓰비시종합연구소의 마키노 노보루상담역은 미국경제의 쇠퇴원인을
이런데서 찾고 있다. "탈공업화사회"의 환상에 젖어 제조업을 버리고
3차산업으로 대거 옮겨간 결과라는 진단이다. 제조업의 뒷받침없는 서비스
소프트산업이란 허상이라는 얘기이다.

제2차 세계대전후 미국의 제조업종사자비중은 40%였으나 지금은 20%를
밑돈다. 80%이상이 3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실업률이
높은것도 이때문이다. 고용면에서의 파급효과는 제조업을 따라갈 수 없다.

제조업이 쇠퇴하면 수입상품비중이 커진다. 물건을 덜 만들게돼
기술개발력도 뒤진다.

마키노상담역은 따라서 "기업들의 지나친 소프트화 서비스지향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기업체 종업원의 평균근속연수는3년이 채 안된다. 철저한 능력주의로
대량해고와 이직이 반복된다. 장기적 경영비전이 없고 노동정착률이 낮은
까닭에 기술축적이 안된다. 신기술개발도 늦어지게 된다. 이런
풍토에서는 교육훈련투자를 과감히 할 수가 없다.

가라쓰하지메동해대교수는 미국기업의 약체화는 연구개발투자를 등한시한
결과라고 말한다.

"미국은 R&D투자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한다. 그것도 국방관계투자가
많다. 그러나 일본은 70%이상의 투자가 민간기업들이 하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일본기업보다 소비자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낼수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자동차회사들이 오른쪽핸들의 승용차를 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만큼 소비자욕구에 대처하는
유연성이 부족하다. 미국회사들이 일본기업에 고전하게 된데는 이런
"미국병"에 걸린 탓이다.

모리타 아키오 소니회장은 미국의 경영특징을 이렇게 지적한다.

"미국은 숫자에 의한 경영에 집착한다. MBA출신은 컴퓨터상의 숫자관리에
치중한다"
이런 풍토에서는 종업원들의 사기나 연구원들의 비전이 생길수 없다는
것이다. 현장의 엔지니어를 대우하지 않는 기업은 쇠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일본기업을 취재할때마다 "견고한 성"과 같은 공통된 저력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분명 일본의 사회체제와 일본식경영에서 분출되는
"괴력"이다. 생산현장의 "감"을 최고 "선"으로 살리는 경영관행은
독특하다. 생산공정을 자동화하되 숙련공들을 결코 내몰지 않는다.

세이코그룹은 모든 생산라인을 자동화했으나 수동식기계기술자들은 따로
모아생산을 하게 한다. 가와사키 중공업은 신칸센 유선형 부분을 망치로
두드려 가공하는 전문기술자를 별도로 기른다.

21세기 최첨단 과학이라도 현장의"감"만큼은 기계를 대체할 수 없다.
생산공정을 전부 장동화,기계에 맡기면 미래의 기술혁신을 주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취재현장에서 느낀 또하나의 특징은 "미래병"에 걸려 있는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호황업종이나 불황업종을 불문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에 열심이다. 21세기형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경쟁력을 갖추되 사회적 국제적으로 좋은 인상을 주는
회사로 바꿔가려 한다. 도요타의"아름다운 도요타"구호는 이런 이미지개선
전략이다. 마쓰시타전기의"휴먼21,가능성발견 회사를 향하여",동도기기의
"HUMAM21"운동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파악된다.

전략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90%는 이처럼 21세기를 향한
변화를 추진중이다. 일본 기업들이 요즘 대대적인"리스트럭처링"에 나선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불황"핑계로 그동안 곪았던
부위를 말끔히 도려내는 대수술인 셈이다. 이런 면에서 일본 기업들에는
분명 "불황은 찬스"라는 말이 적합하다.

통산성큐슈통산 산업국의 마쓰다 카즈야(송전일야)계장의 기업관은 자신에
차있다. "대도시나 대기업들쪽에는 일본적 경영이 흔들리고 있으나
지방도시나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다르다. 호경기로 바뀌면 대기업들도
다시 일본식 경영으로 돌아갈 것이다" 결국 일본 기업들은 미국병을
피하면서 일본식 경영을 보완해나가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것은 곧 일본식 경영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모델의 탐색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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