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들이 허리를 90도 꺾으면서 "하이 하이(네 네)"하면서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대체로 "예스"인것으로 생각한다. 어려운
상담이 진행될때 일본측 회사대표가 거래조건에 대해 좀더 신중히
생각하겠다면서 악수를 청하면 그 거래는 성사된것으로 치부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일인들의 마음깊이에는 "노"라는 대답이 도사리고 있음을
뒤에서야 확인,낙담하곤 한다.

"일인들이 "예스"라고 말할때 흔히 "노"랄수도 있다"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며칠전 옐친 러시아대통령에게 건네준 메모에 바로 이 말이 포함되어
있었다. 옐친에 대한 클린턴의 우호어린 충고였다. 그런데 이 쪽지의
내용이 엊그제 일본에 전해졌다.

일본매스컴들은 하루종일 이 메모내용을 놓고 법석을 떨었다. 클린턴이
국제사회에 일본을 거짓말쟁이로 악선전하고 있다고 서운해하는 비난성
주장과 앞으로 국가간의 대화에 "예스"와 "노"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건의성 발언들이 뒤섞여 쏟아졌다.

20여년전의 일이다. 일제 섬유제품이 미국 시장을 석권하자 미국정부가
일본측에 자체규제를 요청했다. 미국의 강경한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급히
도미한 사토(좌등) 당시 총리는 "전향적으로 선처하겠다"고 긴장된 어조로
다짐했다. (positively란 단어가 통역을 통해 전달되었다)
미국정부는 문제의 타결로 계산했다. 그러나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었다.
미정부는 "예스"로 받아들였으나 일본의 대응은 "노"였다. 일인들의
"생각하겠다"는 다짐은 대체로 생각하는 선에서 그칠뿐 실천하겠다는
결의라곤 전혀 섞여있지 않다는뜻 뜻이다. 미일간에"섬유전쟁"이
일어난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세계2차대전이 거의 끝날 무렵(1945. 7)연합국측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권유하는 포츠담 선언을 발표했었다. 당시 일본정부는 못들은척 하는
정도의 묵살로 대응키로 했다. 소극적인 무시의 태도였다. 포츠담선언에
대한 일본의 반응이 전파를 통해 세계에 전해졌을때 이그노어(ignore)라는
단어로 표현되었다. "소극적인 무시"가 "적대적인 거부"로 옮겨진 셈.
"원자탄 투하"라는 비극적인 사실이 그뒤를 따랐다.

세계경제를 요리할 G7회담이 바로 그곳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다.
헷갈리는 회담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