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후지쯔 창립이래 최초의 한국인사장 탄생". 국제화시대라는 지금
이러한 뉴스는 일본산업계에서도 화제거리다. 지난 1월말 오카다사장에서
사장 이경호체제로 바뀌면서 한국후지쯔는 19년만에 최초로 현지인
최고경영자를 맞았기때문이다. 이는 특정기업에 국한된 얘기쯤으로 여길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기업의 글로벌화 전략이 담겨있다.
해외현지법인을 현지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수 있는 것이다.

일본기업들은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이 다른 현지인과의 마찰은 거의 숙명적이다. 현지
직원들과의 인사.급여상의 불협화음도 생긴다. 일본기업들은 이제 이런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면 글로벌화에 성공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화의 최적 모델을 만들려고 애쓴다. 학계에 연구용역을 주어
이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동경대 와세다대등의 대학교수 12명은 지금 이런 연구조사활동을
하고있다. 그들은 "일본형생산 관리의 이전"이라는 테마를
공동연구중이다. 4명1개조로 나뉘어 미국 유럽 아시아등 3개지역
일본계기업의 경영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은 와세다대학의 가와베 도시오(천변신웅)교수팀이 맡고 있다.
그들 일행은 방학중에 한국 대만과 기타 아세안지역에 다녀왔다.

가와베교수는 이렇게 진단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에 진출한
일본계기업들은 일본식 경영의 이전에 별 문제가 없다. 언어.문화상의
마찰은 그렇게크지 않다. 생산직근로자들은 농촌출신이 많다. 관리계층에
미국식사고와 전통적사고가 혼재해 있지만 전체적으로 유교문화권이어서
융화가 잘되는 편이다. "
이런 정도라면 전직원의 현지인화,현지사장에 의한 일본식경영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일본기업들은 글로벌화 과정에서 4가지 모델을 시험중이다. 첫째는
일본인 경영자에 의한 일본적경영의 시도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지에서
끊임없는 마찰을 불러일으킨다. 둘째는 일본경영자에 의한 현지식
경영화이다. 미국이나 유럽자회사에 일본인을 파견할뿐 현지의 경영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식경영의 장점을 살리기가 어렵다. 셋째는
현지인에 의한 현지식 경영이다. 이런 방식도 세번째와 별 이가 없다.
마지막으로 현지인에 의한 일본식경영의 시도다. 이는 현지인이
일본식경영의 장점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느냐가 열쇠다.

일본기업들은 이 4가지방식중 4번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게 바로
일본식 경영의 수출이다. 이를 위해 해외 현지직원및 국내사원들의
국제화교육에 힘을 쏟는다.

현재 일본다국적기업의 해외현지법인사장들은 80%이상이 일본인이다.
글로벌화가 잘 추진되면 이 비율을 낮추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현지법인의 사장을 현지인화하는데 앞장선 기업은 소니사, 미국 유럽
현지법인 사장은 거의가 그지역 사람이다.

일본기업들은 글로벌화에 대응키위해 인사 조직 연수를 강화하고 있다.

후지쯔는 지금 호주현지법인 FAL사를 통해 과감한 글로벌경영을
실험중이다. 이 자회사는 연구개발에서부터 생산 판매 서비스업까지
총괄하는 거점이다. 사원은 모두 9백명인데 국적분포는 40여개국에
달한다. 사장은 인도인이며 임원급중 일본인은 부사장 1명뿐이다.
사원채용시 국적을 묻지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후지쯔는 또 영국자회사인 ICL의 현지직원을 본사에서 근무케 하거나
본사직원을 ICL에 파견한다. 현지직원들에게 일본식경영을 배우게하고
일본인들에게는 국제화감각을 길러주려는 의도이다.

이토추상사는 미국현지법인인 이토추엔터프라이스의 경영을 완전히
현지화한다. 인사 급여 경영방식을 미국식으로 한다.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이나 현지인이나 똑같이 대우한다. 이는 미국식경영의 수입이라
할수 있다. 능력본위에 의해 현지사원을 풀가동해 보겠다는 계산이다.
글로벌화의 최적 모델을 찾기위한 또다른 실험이라 할수 있다.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독립을 선언하는 해외자회사들도 생긴다.
이토추의 로스앤젤레스 자회사 마스터하루코사가 이런 회사다. 계열회사가
납품교섭을 해도 서비스가 나쁘다며 거절해 버린다. 계열보험회사로부터
보험가입 요청이 들어와도 계열간 거래는 이익이 없다며 응해주지 않는다.
글로벌화가 진전됨에 따라 본사가 해외자회사들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어려워 진 것이다.

가와베교수는 "글로벌 기업은 경영효율의 극대화를 꾀하는 까닭에
계열사간의 경쟁도 불가피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