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는 남들마냥 정기적으로 회동을 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드물게 가까운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테니스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수준이 수준이라 테니스를 즐긴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계면쩍다.

그러나 약수물을 맛들인 집사람의 외압에 견디다 못해 물지게 떠나르는
머슴된 기분으로 불암산과 인연을 맺은것은 현재의 아파트로 이사와서
였으니 벌써 3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귀찮게만 여겨지던 약수터 가는 길이
이제는 결코 싫지가 않다. 한걸음 위로 놓기에도 힘겨워 보이는
억척스러운 어느 할머님 같이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약수터를 찾는 일이 나의 생활속에 조그만 낙을 가져다 주는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불암산에느 불암산악회와 천보산악회가 있다. 이들은 각기 50여명 정도의
회원이 있으며 월례산행은 물론 불암산에 있는 각종 운동시설,배드민턴
코트,약수터들을 관리 보수한다. 나는 이들 산악회의 열성회원은 못되고
준회원 정도로 스스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기산행에는 가지 못하고
아침에 약수터에서 인사를 주고 받고 출근 때문에 길지는 못하더라도
덕담을 허물없이 나누는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들이 힘들게
산중턱에 만들어 놓은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프리라이더(free
rider)입장으로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작년 가을 배드민턴 코트를
확장하는데 나같은 준회원들도 물론 모래주머니와 시멘트 부대를 옮기는
일을 돕긴 했지만 바위를 깨는 등의 힘든 일은 회원들이 도맡아 해냈다.
그래서인지 지저분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람들에 대한 회원들의 불평에
나자신도 합세하는 한식구가 되었다.

서울의 굴뚝이라는 상계동 아파트 단지의 매연에서 잠시 벗어나 덜 오염된
공기와 약수를 마실수 있다는 특권(?)외에 이 식구들과의 만남에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은 회원들이 한지붕 세가족 TV프로그램에서나 느낄수 있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우리의 이웃들이라는 점이다. 오르는 물가 걱정하는
수다떠는 아낙네들,옆집의 누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있다며 안쓰러워
하는 허연머리의 배나온 아저씨,아마도 대입재수하는 아들을 위해
기원이라도 하는듯 절앞에서 합장하고 있는 어머니,이 모두가 우리들
서민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공개 파문을
우리 불암산 식구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내일도 예나 다름없이
웃는얼굴 보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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