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재정개혁의 필요성이 왜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가.

일차적으로 정부활동이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의 복지수준을 보장하는
가운데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효과적으로 촉진할수 있도록 그 기능이
설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그러한 기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조달장치와 정부지출체계가 국가의 발전목표에 부합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국민의 공통이익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역할, 즉 재정역할의 정립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측면에서 보다는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 입각하여 정부능력과 국민부담 그 자체는 크게 문제삼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의 역할범위를 확대해 왔다고 할수 있다. 그 결과 상당부분
비능률과 낭비가 초래되어 재정규모의 확대나 지출활동에 상응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노정하여 왔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동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재정의 역할범위와 지출구조를
재편성하여야 할 것이다. 또 새롭게 등장하는 재정수요의 경우에는 정부의
능력에 비추어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평가한 후
선별적으로 재정역할로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부문별 예산개편 과제로는 우선 그동안 성역시되어온 방위비 부문의
지출규모가 현재및 장래의 국제질서를 감안할때 적정수준인지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일정규모내에서만이라도 실질적 방위능력의 향상을 극대화 할수 있는
효율적인 지출구조(무기체제의 효율화,전략개념의 재정립,예산관리의
합리화 등)로 편성되어 있느냐에 대해서 집중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최소한 현재 방위비 규모유지를 전제로 할 경우라도 국방비 지출구조의
효율화를 통한 예산절감노력이 가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방위성과의 향상과 방위비 지출에 대한 국민적 정당성의 기초를
넓힐수 있을 것이다.

향후 정부는 분배적 정의를 구현하고 사회적 이질감을 해소함으로써 경제
성숙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예산의 소득재분배기능 정상화와
복지기능의 확충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 교육 의료등 사회개발부문과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장지출의 확대,그리고 노동 농촌 중소기업등 낙후부문에 대한
예산지출의 확대가 절실해지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복지지출의 확대가 마치 서구에서 경험하였던 "복지병"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불식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사회에서의
정부부문을 통한 복지지출의 확대는 경제적 효율을 저해한다기 보다는
당연히 공공부문이 수행해야 할 긴요한 부분에 있어 공공적
대응(collective action)을 보완함으로써 오히려 경제적 효율을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이전해 주는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지방양여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방교육양여금등 지방이전재정장치는 전반적인
지방재정규모와 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개별 지방정부의
재정운용 성과를 좌우하게 된다. 또 중앙정부 세출예산에서 방위비보다도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중앙정부 세출구조의 개혁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새 정부는 대통령선거기간중 교육비의 지출규모를 GNP(국민총생산)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한바 있으며 그 실천의지가 퇴색되지
않는한 교육예산 규모확대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육비 규모의 확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행 조세부담수준하에서
타부문예산의 절감분을 교육부문에 추가적으로 배분하는 방안과
조세부담률이 상향 조정되는 가운데 추가적 세수의 상당부분을 교육부문에
배분토록하는 방안으로 나누어 생각할수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은 세출을 통한 정부의 직접지출과 조세감면을 통한
간접지출(조세지출),그리고 재정지출과 재정융자가 상호중복될수 있는
여지가 많을뿐 아니라 재정지출내에서 동일한 목적을 가졌으면서도
중앙.지방간,각부처간,소관기관별,더 나아가서는 회계별로 흩어져 예산이
계상되는 사례가 많아 일정 정책목표에 접근하기 위한 기능별 프로그램
규모와 성과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더러 예산의 낭비가 노출되지 않을수가
있다.

다년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비가 소요되는 사회간접자본관련 예산의 경우
총사업비에 대한 구속력이 추가적 편성과정에서 의미를 잃게 되는 수가
많다. 따라서 실질적인 재원소요를 신중히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시다발적 사업착수를 배제하기가 어렵고,추가재원소요가 뒷받침 되지않아
사업의 완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어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할수있다(서해안고속도로 건설 영종도 신공항사업등).

특정계층이나 특정서비스에 정부지출의 혜택이 귀속되는 소위 "지출의
국민적 보편성"이 낮은 국고보조금은 과감히 축소조정되어야 한다. 특히
특정이익단체나 관변단체(새마을운동협의회 바르게 살기운동연합회
자유연맹등)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지급은 재정구조의 경직성을 초래함은
물론이고 지출혜택을 받지못하는 다수 국민들에게 반사적인 불이익을
안겨주게 된다.

공공기금 팽창의 주요 원인의 하나로서 재정의 금융적 기능확대를
들수있다. 재정환경변화에 직면하여 재정의 금융적 기능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이와같은 재평가작업은 정부부문의 전반적인
성장전략과 산업정책,금융시장의 여건변화,그리고 정부의 재원조달능력등에
비추어 접근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볼수있다.

예산개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효율적 정부활동을 지향할수
있도록 정부기능을 재조정하는 가운데 정부기구를 간소화하고 인력의
효율적 배분을 도모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서는 준공공조직을 과감히 민간으로 넘김으로써 비효율적인
재정운용의 범위를 축소조정해야 한다.

일반회계위주의 재정운용방식은 팽창일로에 있는 특별회계 공공기금부문의
방만한 예산운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할 뿐더러 특별회계 공공기금의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정적자(외부차입)를 노출시키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일반회계 뿐만 아니라 특별회계 및 정부관리기금의 운용까지
포함한 광의의 재정수지개념(통합재정수지) 또는 통합예산에 입각하여
국가의 재정활동을 파악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제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예산요구액의 산정 또는 예산편성시 "기존의 예산배분에 대한 기득권
의식"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기초로 지출의 우선순위에
따라 새롭게 재원을 배분하는 "제로베이스예산편성방식"의 제도화가
요망된다.

정부의 서비스와 관련한 준조세의 부담,뇌물수수,사업량의
허위과다책정,정부공사의 부실화 등 공공부문의 각종 부조리 이면에는
비현실적이고 경직적인 예산편성의 단가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가격에 상응하는 예산편성단위원가를 획기적으로 현실화하려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예산지출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예산 집행결과에 대한
사후평가장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반회계 특별회계 공공기금 상호간에 명확한 역할을
구분하고,동일사업이면서 여러 회계에 걸쳐 분산계리되고 있는 재정지출을
어느 한쪽으로 통합하는 등 재정관리체계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사회는 공공적 대응방식을 통한 문제해결에 임하여야 할 영역이 넓다.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기위해서는 기존 조세부담 범위내에서 지출구조를
재조정하고 재정지출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함이
물론이나,추가적 재원조달의 가능성이 탐색되지 않고서는 근원적인 처방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예산구조조정을 논함에 있어 경직성 문제가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재정구조하에서 지출의
불가피성이 높은 결과 재정의 선택범위가 협소함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이런 논의에 기초해 볼 때 당연히 버려야 될 것을 버리는 것이 고통분담이
아니고, 자신이 소중하게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고통분담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여유계층의 추가적 분담과 경제적
소외계층의 인내심에 뿌리를 둔 세제개혁의 성공적 추진은 예산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