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곳곳에서 "부패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에서 벌어지고있는 반부패전쟁은 압권이다.

작년 북부상공업도시 밀라노에서 한 양로원원장을 구속한데서 시작돼 불과
1년새 1천여명의 관리 기업인 정치가들을 쓰러뜨리며 지금은 정치권력의
핵심부위를 뒤흔들고 있다.

거의 모든 정당이 검은돈의 사슬에 연결돼있어 의회가 있는 로마의
몬테치토리오가 텅빌 판이라는 얘기도 있다. 총리를 지낸 베티노
크락시사회당총재등 여야정치지도자들이 이탈리아식 부패조직의 뿌리를
이루고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난주말 집권자민당의 핵심인물인 가네마루 신전부총재가
탈세혐의로 전격구속됨으로써 일본판 부패와의 전쟁이 정치권의 대진통을
가져올 것임을 예고하고있다.

이탈리아와 일본의 경우는 각각 공산당의 좌익세력과 자민당에 의한
장기집권이 낳은 정경유착형 부패의 전형을 보여주고있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진리의 확인이다.

그러나 주목되는것은 부패실상이 아니라 40여년이상 성역이라 여겨졌던
부패의 핵심세력과 전쟁을 치르고있는 세력이 보여주는 용기와
사명감이다.

2명의 판사가 무참히 살해되고도 마피아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 이탈리아
사법부의 전통을 이어 받아 썩은 정치권과 일전을 벌이고 있는 검찰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언론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떠돌이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부패와의 전쟁에 앞장서고 있는 42세의 젊은 안토니오 데
피에트로검사는 이탈리아국민들의 영웅이다.

가네마루구속의 주역인 동경지검특수부는 일본의 파수꾼이라는 명성이
빈말이 아님을 다시 입증했다.

우리에게도 "총체적부패"라 불리는 30년간의 군사정권이 낳은 부패구조가
있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출범한 새 문민정부는 군사정권의 잔재를
청소한다는 의미에서도 철저히 발본색원할 일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부패척결을 외쳤던 정부의 의지가 부패세력의 중심에는
접근도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나고 마는것을 너무 자주 봐왔다.

이번에도 실망을 안겨줄지,아니면 영웅을 만들어낼지는 새정부가 선택할
일이다.

<이근국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