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8일 출두한
전안기부장 장세동씨(57)를 상대로 이택돈, 이택희씨를 만나 창당방해를
제의하고, 5억여원에 달하는 자금을 제공한 경위에 대해 밤늦게까지 조사
를 벌였다.
검찰은 또 장씨와 만난 장소에 당시 다른 권력기관의 인물이 동석했다는
두 이씨의 진술을 장씨로부터도 확인, 다른 배후조직이나 인물이 관련됐
을 것으로 보고 창당방해 공모현장에 있었던 인물을 추적조사중이다.
검찰은 장씨가 자신의 개입사실을 부인할 경우 수감중인 이택돈씨(58)
와 대질신문을 벌일 예정이며 혐의사실이 입증되는대로 업무방해 등 혐의
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장씨는 이날 검찰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안기부장으로서 정보수
집 차원에서 두 이씨와도 접촉, 정보를 교환하고 정보비조로 자금을 제공,
안기부의 공금 계좌와 연결된 두 이씨의 계좌로 송급됐다"고 답변,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정치공작 및 자금지원 사실을 사실상 시인했다.
장씨는 그러나 "당시 사건과 관련된 논의는 없었으며 안기부의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사건에 개입한 적이 없고, 특히 당시 간부이던 이해구
내무장관과 박철언의원도 관련이 없다"고 개입사실은 부인했다.
장씨는 "당시 이철승, 이민우씨 등 많은 야당 정치인과 만나 정치현
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정보비를
제공했으며 안기부의 정치인 상대 정보비제공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
다"고 밝혀 안기부의 공작정치와 정치자금운용이 제도화 돼있음을 시사
했다.
검찰은 장씨가 "돈은 제공된 것으로 알지만 규모나 경위는 당시 기획
조정실장이 잘 안다"고 진술함에 따라 안기부 공금의 제공경위에 대해
추궁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당시 기조실장인 윤옥영 전 수산청장도 소
환,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조사결과 장씨가 두 이씨에게 전달한 돈이 창당방해 행동자금과
전후로 제공한 정치자금을 합쳐 5억여원 규모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돈중 1억원의 안기부공금은 장씨가 사건발생 직전인 87년 4
월11일 돈세탁과정을 거친 뒤 이택돈씨에게 건네 상업은행 서울신사동
지점에 개설된 `유상균''이라는 이름의 가명계좌에 입금됐으며 이씨는
이 계좌에서 돈을 빼내 자신의 부인과 아들 명의의 한일은행계좌에 다시
입금해 범행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