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의 배후 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장세동 전 안기부
장은 이 사건뿐 아니라 이택돈(58), 이택희(59)씨 등 야당인사들에게 지속
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며 야당에 대한 정치공작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재수사중인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7일 구속된 전 신민당의원 이
택돈씨를 집중추궁한 끝에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8일 오후 출두인사를 밝힌
장씨에 대한 증거보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구치소에 수감중인 이씨를 상대로 장씨의 사건개입 경위를
조사한 결과 `사건 발생 1년 전부터 장씨와 만나 정치현안을 논의하며 지속
적으로 정치자금을 건네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검찰조사 결과 장씨와 평소 친밀하게 지내던 이 전 의원은 사건 발생 1년
전인 86년 4월께부터 안기부의 궁정동 안가 등에서 장씨와 만나 야당에 대
한 정치공작문제 등을 협의했으며, 그 대가로 수시로 수백만~수천만원씩의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야당 정치공작 협의 사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기부의 궁정동.삼청동 안가 등만을 이용해 은밀히 만났으며, 정치자금은
장씨가 직접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씨 등이 안기부로터 받은 정치자금 액수가 창당방해 활동자금 5
억여원을 포함해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는 또 86년 12월초부터는 이택돈, 이택희씨와 함께 만나 본격적으로
야당의 분당사태 방지 방안을 협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창당방해사건과 관련해 장씨가 87년 4월초부터 두 이씨와 만나
폭력배 동원대책과 경찰과의 마찰 가능성 방지문제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들이 안기부의 개입 사실을 감추기 위해 행동자금의
돈세탁 문제 등을 협의해 실행에 옮겼으며, 장씨는 사건 발생 뒤 이전 의원
들을 만나 신변보장 및 물질적 보상을 확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 사건의 중간연락책인 이용구(60)씨가 88년 9월 미국으로
도피한 것도 배후를 감추기 위한 안기부의 조처일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검찰은 또 이씨가 도피한 뒤 행동책 김용남(43)씨와 당시 신민당 청년1부
장 이선준(51)씨가 잡힌 것도 사건의 모든 책임을 도피한 이씨에게 넘기려
는 안기부의 `꼬리자르기'' 각본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