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던 군사정권 시절 `밀실통치''의 산실이었던 청와대 `안가''(안전
가옥)가 헐린다.
청와대는 4일 궁정동.청운동.삼청동 지역 안가와 부속건물 등 12채를
헐고 이 일대 1만여평을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
혔다.
청와대는 이르면 이달중으로 헐릴 안가 중 청와대 정문 바로 왼쪽에 나
란히 자리잡은 궁정동 한국관과 영빈관 등 2곳을 이날 오후 언론에 공개
했다.
너비 3m 남짓의 포장도로를 가운데 끼고 마주한 이들 안가는 미리 `손
질''을 한 탓인지 향락.음모의 이미지나 화려함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1백여평 규모의 단층 한옥건물인 한국관에는 두꺼운 카핏이 깔린 복도
와 4개의 작은 온돌방, 넓은 거실과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이 건물 뒤쪽이 바로 10.26 당시 유신의 종언을 고한 `역사적인'' 총소
리가 울려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졌던 `궁정동 안가''였으나 사건 발생 이
후 곧바로 헐려 지금은 잔디만 무성했다.
또 2층 양옥집 일부를 개조한 듯한 영빈관에는 1층에 30여평 규모의 넓
은 연회장이, 2층에는 더블침대와 일제 욕조.변기를 갖춘 침실이 각각
자리잡고 있어 `옛날의 호사''를 엿보게 했다.
관리인들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이곳이 외국 귀빈 접대와
술파티.비밀회의 등으로 북적댔으나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삼청동 안
가가 자주 이용돼 대통령의 발길이 뜸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앞에 구경나왔다가 이들 안가가 시민편의시설로 바뀐다는 소식
을 전해들은 시민 배아무개(42)씨는 "일단 환영할 일"이라며 "이번 조
처가 권위주의적인 밀실통치를 완전히 없애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