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어갈 첫경제팀은 한마디로 "실무집행부대"라고
불릴만하다.

정치인이나 전직각료출신들이 철저히 배제된 가운데 실무경험이 많고
현장경제에 밝은 인물들이 대거 기용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같은
팀컬러는 앞으로의 경제정책방향이 경제활력회복에 무게를 실을 것임을
예고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있다.

새정부에서 "개혁"이라는 단어가 계속 힘을 발휘하더라도 그 기치는
청와대나 당쪽에서 들테니 행정부처는 실무업무로 뒷받침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강성인물을 피하고 젠틀한 참모형인물들로 끌어모은 것도 경제팀내 또는
경제계와의 불협화음등 쇳소리를 내지 않도록 "개혁은 청와대,실무는
행정부처"식의 역할분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번 경제팀이 "실무형"이라는 점은 신임장관들의 전력이나 행적,개인적인
스타일등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수 있다. 한결같이 해당분야에서
전문적인 식견이나 경력을 확보한 인물들을 "연고부처"에 배치,"주특기"를
살리도록 했고 거칠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치밀하고 꼼꼼한 성향의
소유자들이 발탁됐다는 점에서다.

우선 의외의 인물이라 할수있는 이경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의 경우
오랜 행정경험과 함께 금융계 재계등을 두루 거친 "현장감각"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볼수있다. 종래와 같이 통치권자의 경제철학을 대변하는
"경제총리"로서보다는 얽혀진 현안과제들을 원만하게 추스려나갈 수 있는
"조율사"로서의 역할에 비중을 두었다는 해석이다.

그의 경력을 보면 특별한 "철학"보다는 "다양함"에 우선 눈길이 간다.
3공시절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으로 초기의 5개년계획을 입안한 경력이
있고 대기업에서 자동차 통신 투자금융사장은 물론 금융통화위원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홍재형재무도 금융시장개방 금융산업개편등 현안과제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점을 엿볼수 있다. 수출입은행과 외환은행장을 지낸 홍장관은
은행스스로가 정부의 눈치를 봐선 안된다고 말할 정도로 금융자율화에대한
의지가 강하다.

김철수상공도 한미통상마찰등 현실적인 과제해결을 중시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허신행 농림수산은 오래전부터 농업의 선진화와 쌀시장개방 반대를 외쳐온
농업전문가다. 허재영 건설도 건설부에서 줄곧 관료생활을 했고 최근에
토지정책론이라는 저서를 내기도한 전형적인 건설전문 관료이다.

결국 이번 경제팀구성은 앞으로 펼쳐질 국가경제의 향방을 경제팀에
맡겼다기 보다는 각부처가 맡을 과업들을 "실수없이" 처리하고 당장의
현안을 말끔하게 정비할수 있는 실무형을 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현안해결사"로서 장관을 발탁하다보니 장관들이 한쪽에 치우치는
"절름발이 팀"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우"도 없지않다.

이부총리의 경우 개발연대에,그것도 주로 기획업무만 다뤘을 뿐이라는
점에서,홍재무는 재무부핵심분야인 이재.국세업무에 취약하다.

김상공도 통상베테랑으로 명성이 높지만 상공부가 동력자원부까지
흡수,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산업 자원부문이 취약하다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이같은 점에서 김영삼대통령이 경제팀을 끝까지 밀어주지 않는한 항상
그랬던 것처럼 새정부의 첫 경제팀은 "단명"으로 끝날공산도 없지않다.

경제팀이 실무형으로 짜여짐에 따라 새정부가 내걸었던 개혁작업은
지금까지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큰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경제활력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새경제팀은 과감한
행정규제완화 임금안정등을 골자로한 경제활성화대책을 들고 나올게 거의
확실시 된다.

이신임부총리도 취임 일성에서 "성장률이 너무 떨어져 그냥 놔둘수
없다"며 경기활성화대책을 마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향후
경제정책기조가 "안정"에서 "성장"으로 전환될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물론 이부총리는 성장을 해치지않는 범위내에서 경기대책을 세운다는
점도빼놓지 않았다.

새 경제팀내의 "조률"문제는 그리 염려할게 없어보인다. 특히
이신임부총리와 박재윤경제수석은 과거 함께 금통위원을 지낸 경험이 있어
무리없이 호흡을 맞출수 있을 것이라는게 주변의 지적이다. 홍재무장관과
조순한은총재와도 홍장관스스로 한은과의 하모니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어
서로 마찰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총리의 위상은 격하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각 부처장관들이
자기영역분야의 전문가들이어서 경제정책의 산실인 "녹실"(부총리집무실
부속회의실)의 위용이 그만큼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박재윤청와대경제수석이 개혁의 칼자루를 휘두를 경우 경제기획원은
타부처정책을 모자이크하는 역할에 만족해야할 상황이 벌어지지말라는
보장도 없다.

새경제팀이 실무형인 만큼 재계와의 관계는 어느때보다도 원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장관들이 모두 현장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기업의
고민과 경제계의 입장을 잘 이해할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