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일부계열사를 독립시키는등
그룹분화작업이 점차 가시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대선정국 당시 정주영
전국민당대표의 "재벌해체"발언,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연내에 자생력을
갖춘 1개기업을 분리독립시키겠다"는 발언등으로 이문제가 현안과제로
가시화되면서 각그룹들은 정중동의 움직임.

대체로 가족간 분재형식이지만 결과적으로 소유집중현상을 완화,대기업에
대한 거부반응을 줄이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91년 신세계와 한솔제지를,지난해 조선호텔을 분리한 삼성그룹은
추가분리대상으로 제일합섬 안국화재 삼성코닝등을 꼽고있다. 특히
제일합섬의 분리및 새한미디어 계열편입은 그룹의 현안이다.

제일합섬은 이건희그룹회장의 둘째형인 고 이창희씨의 새한미디어측
지분이 19.3%로 합작선인 일본도레이의 20.7%를 제외하면 가장 많다.
이에따라 당초 이회장이 이창희씨에게 새한미디어계열로의 편입을
약속,신세계 한솔제지등과 함께 분리하려했으나 도레이및 미쓰이(지분
5.3%)의 반대로 일단 무산됐었다. 삼성은 새한미디어측이 제일합섬의
계열편입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있는 만큼 합작선과의 의견조정이 이뤄지면
분리가 어렵지않다는 입장이다.

안국화재는 대주주인 손복남씨(이회장의 맏형인 맹희씨부인,지분
14.35%)가 계열분리를 원치 않았고 삼성코닝 대주주 홍석현씨(이회장의
처남,지분 20%)역시 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에 분리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1차적인 분리대상으로 검토될수 있으며 분리여건도
갖춰진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신세계 한솔제지와의 상호출자는 아직 상당부분
해소되지 않았으나 상호지보는 거의 해소됐다. 상호출자의 경우
이건희회장의 신세계지분 6.4%,한솔제지지분 0.4%는 정리됐고 삼성생명의
한솔제지지분 4.5%는 그대로 있다. 신세계의 삼성생명지분
14.5%,한솔제지의 삼성종합화학(5.1%)중앙개발(2.8%)중앙일보(4.23%)등에
대한 지분은 비상장회사의 자산평가에 따른 어려움으로 정리가안돼있다.

삼호지보는 계열분리후 신규보증및 만기일 이후의 재보증중단으로 거의
해소됐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현대그룹은 아직 계열분리와 관련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있다.

그러나 창업자인 정주영 전회장이 기회있을때마다 정세영회장이후
그룹회장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고,이미 정전회장의 아들들을
중심으로 상당부분 재산분할및 실질적 분리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계열사가
많아 소리없이 "분리"를 겨냥한 준비작업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현대그룹은 정전회장의<>차남인 몽구씨가 현대정공을 비롯한 강관
자동차써비스 산업개발 중장비및 인천제철<>3남인 몽근씨가
금강개발<>5남인 몽헌씨가 전자와 상선등의 실질적 지배권을 갖고 경영하고
있으며<>6남인 몽준씨가 중공업<>7남 몽윤씨가 화재해상보험<>8남 몽일씨는
국제종합금융의 대주주로 있다. 사실상 분가구도를 확립한 셈이다.

문제는 아직 구획정리가 안된 건설 자동차 석유화학 종합상사등
주력기업들의 향방이다. 전문경영인체제 도입과 2세형제들간의 분할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기존의 재산분할구도를 바탕으로한 그룹의 계열분리는 2~3년후면
가시화되리라는 것이 현대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우그룹은 연초 김우중회장의 이슬라마바드발언이후 분리대상을
검토한 결과 대우통신을 1차적으로 꼽고있다. 당초 대우중공업이
거론됐으나 대우조선과의 합병이 그룹차원의 현안으로 남겨져있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따라 이달초 이석희 전대우증권회장을 대우통신회장으로 옮긴것이
분리를 앞둔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신의 대주주는 중공업(12.3%지분소유)(주)대우(4.2%). 이밖에 중공업이
10.5%의 지분을 갖고있으나 종업원지주제가 정착돼있는 오리온전기도
분리대상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우그룹의 계열분리는 소유권 분산이 아닌 경영의 분리독립형태가
되리라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대우에서는 이미
대우엔지니어링 신성통상 세계물산등이 분리돼 비계열 협력업체로서
전문경영인이 독자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지분을
대우재단이 일부소유하고 있는 점,경영진 선임에 있어 김우중회장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는 점등이 이를 설명하고 있다.

<>.럭키금성그룹은 구자경회장이 아직 경영일선에 있고 구본무부회장에게
그룹경영권이 승계되고있는 과정에 있어 직접적인 계열분리를 검토하고있지
않다. 다만 구회장이 주장하고 있는 21세기전략과 CU(문화단위)중심의
경영구도로 전문경영인에의한 책임경영 정착에 주안점이 두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소유의 분산을 위한 계열분리가 아닌 실질적인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당면과제로 삼고있다.

<>.선경그룹은 지난해초 최종현회장의 둘째 동생인 종욱씨가 대주주로
있던 SKM(선경매그네틱)을 분리시켰다. SKM의 분리도 설립당시부터 독립을
전제로해 상호지보를 하지않았으며 선경측 출자지분이 1%미만인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SKM의 분리이후 재계에서는 최회장의 장조카인 최윤원씨
(고최종건창업주의 장남)가 선경인더스트리를 맡아 분리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으나 그룹측은 당분간 더이상의 "분리"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밖에 한화 한진 한일그룹등도 계열분리를 전제로한 2세간 재산분할이
진행되고 있거나 거의 끝난 상태에 있다.

한화그룹은 산업합리화조치에 따른 의무사항으로 (주)빙그레의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김승연회장의 동생인 호연씨가 빙그레의 지분 21%를
소유,경영을 맡고있으며 호연씨가 갖고있던 골든벨상사지분은 정리돼
상호출자문제는 해소됐다. 다만 지급보증은 빙그레의 누적적자로 한화측이
계속 해주고 있다.

한진그룹은 조중훈회장의 장남인 량호씨가 대한항공및 한진중공업,2남인
남호씨가 한일개발,3남인 수호씨가 한진해운,4남인 정호씨가
한진투자증권의 대주주로 부상하면서 독자경영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멀지않아 분할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한일그룹의 경우 김중원회장의 한일합섬과 국제상사,김회장동생인
중건씨가 경남모직 부국증권의 대주주다. 김회장의 경남모직과
부국증권지분,중건씨의 한일합섬지분을 맞바꾸는 형태로 지분을 정리했다.
사옥도 용산의 국제빌딩과 광화문의 한일빌딩으로 나눠쓰고 있다. 그러나
상호지급보증을 해주고있고 인사도 그룹차원에서 함께 하고있다.
한일그룹측은 중건씨가 맡은 경남모직내에서의 중건씨 입지강화를 위해
주식비율을 높여준 것일뿐 계열분리를 검토하고 있지않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분정리는 결국 계열분리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추창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