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대통령은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으로 재임 5년의 공식일정을 마쳤다.
노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함께하고 비서실을 돌
며 직원들을 격려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임기 5년, 1천8백27일을 마감하고 보통시민으로 돌아가는 노 대통령은
이날 공식.비공식 일정을 치르는 동안 줄곧 감회어린 표정으로 지난날을
회고하는 듯했다.
<>.노 대통령은 퇴임 직후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오랜 친구인 전임
전두환 대통령을 방문한다는 계획으로, 역시 친구이자 민정수석인 안교덕
씨가 현재 전씨쪽과 접촉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애초 새 대통령 취임식 참석 뒤 곧바로 자신의 집에서 3백
여m 거리인 전씨의 연희동 집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전씨쪽의 반응이 냉
담해 앞으로도 방문 자체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전씨는 23일 저녁 현승종 국무총리가 노 대통령 내외를 위해 연 고별만
찬에 최규하 전 대통령과 함께 초청받았으나 불참해 노 대통령에 대한 불
편한 심기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탓에 노 대통령의 측근들은 25일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5년
만에 처음 만나게 되는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의 모양새에 적잖이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측근들은 "두 사람은 곧 과거의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
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앞으로도 한참
동안 냉랭한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씨와의 관계 이외에 청와대 비서진들이 대부분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
한 가운데 물러나게 된 것도 노 대통령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현재 수석비서관 중에는 김유후 사정수석만 서울고검장으로 옮기고 이
병기 의전수석이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 발령을 받았을 뿐 나머지 수석
은 모두 쉬게 됐고 그밖에 일반 비서관 및 행정관들도 새 정부쪽에서 전
원 교체를 원칙으로 정한 가운데 갈 곳이 마련된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자신이 마지막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
서 함께 떠나는 각료들을 위로.격려하고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과
성취는 다음 시대로 연면히 이어져 21세기의 밝은 미래를 여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11시 부인 김옥숙씨와 함께 전 수석비서관들을 대동
해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 현충탑에 헌화.분향했다.
노 대통령은 고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묘소도 참배했는데 박 대통령
묘소에서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감상에 젖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오후에 정해창 비서실장 방에 들러 자신을 성심껏 보필해
준 데 대해 거듭 감사의 뜻을 전하고, 이어 경제 및 행정비서실 등을 돌
며 직원들에게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묻는 등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김재열 총무수석은 노 대통령과 함께 공직에서 물러나는
수석비서관들이 가끔씩 들러 친분을 나누고 담소하기 위한 자리로 서울시
청 근처에 사무실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실은 김 수석이 최석립 경호실장과 함께 마련한 것으로 6공 1기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연락소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