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이처박사는 어릴때부터 체구가 크고 힘이 센 소년이었다. 체격이
크다고 해서 폭력을 휘두르고 다니는 불량소년에 끼이지는 않았지만 이웃
소년들끼리의 힘겨루기에 진 일이 없었던 모양이다.

어느날 골목대장 C소년이 싸움을 걸어왔다. 사력을 다해 엎치락 뒤치락
한끝에 C소년이 끝내 무릎을 꿇고말았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에게 졌어. 매일같이 맛있는 수프를 마음껏 먹을수있는 너는 우리의
적수가 될수 없어"
슈바이처소년은 이 일이 있은이후 수프먹는 일을 그만두었다. 목사의
가정에서 태어나 윤택하게 자란 슈바이처는 이웃친구들이 먹을수 없는
수프가 불공정의 원인임을 터득했다.

동양사회에서 생활의 규범으로 생각하는 도덕율을 서양사람들은 fair라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unfair라는 말은 슈바이처가 어릴때 가난한
이웃이 먹지못하는 수프를 자기만 마음껏 먹을수 있는 상황과 흡사하다.
영한사전의 뜻대로 해석하면 불공정이겠지만 실제로는 반인륜 또는
부도덕의 영역에 가깝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엊그제 상하양원합동회의에서 행한 국정연설을 통해
전세계에 "fair 경제"를 선언했다. 국가간에는 fair trade를,국내의
계층간에는 fair distribution을 경제의 기본틀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공정무역과 공정배분이란 말로 표현되겠지만 이들
용어가 함축하는 의미는 보다 더 강한 힘을 안겨준다.

미국의 대도시에는 120여만명의 걸인집단(homeless people)이 도심의
뒷골목을 메우고 있다. 그런가하면 연18만달러이상의 고소득층은 매년
기하급수로 늘어가고 있다.

이런 빈부의 양극화현상에 대해 미국의 지식인들은 unfair한 것으로 보며
정책의 과오가 빚은 반인륜으로 해석한다. 벌써 몇년째 전세계가 불황에
휩쓸려 선진국 중진국 할것없이 무역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한나라만이 엄청난 무역흑자를 구가하는 사실에 대해 그들은 또한 un-
fair한것으로 분노한다. 클린턴 새행정부는 미국내의 부자들에게는 더많은
세금부담을,외국의 무역흑자국에 대해서는 보다 과감한 시장개방을
요구했다.

다만 클린터노믹스의 주장자들도 페더급선수와 헤비급선수가 같은 링에서
권투시합을 한다면 이것 역시 unfair한 시합임을 잘알고 있으리라 믿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