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흔히들 말한다. 어른들은 온갖 세사에
물들지 않은 어린이들의 순진무구함에서 삶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발견하고 행복을 느낄수 있기때문이다.

한국 어린이운동의 선구자였던 방정환선생도 어린이나라에는 세가지
예술이 있다고 예찬한 글을 떠올리게 된다.

"어린이들은 아무리 엄격한 현실이라도 그것을 이야기로 본다.

어린이들은 또 실제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을 이야기가운데서 훌륭히
경험한다. 어머니와 할머니 무릎에 앉아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이야기에 따라 왕자도 되고 고아도 되고 또 나비도 새도 된다. 그렇게
해서 어린이들은 자기의 행복을 늘려가고 기쁨을 더 늘려가는 것이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본 것,느낀 것을 그대로 노래하는 시인이다.
고운 마음을 가지고 아름답게 보고 느낀 그것이 아름다운 말로 흘러나올 때
나오는 모두가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얼마나 한점 티끌없는 어린이의 세계인가. 그러기에 어린이들의
존재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빛나는 혜택이라고 해도 지나친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추악과 죄악,그릇됨과 잘못됨으로 채워진
세상이 어린이들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만든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유해환경이 어린이들의 눈과 마음을 굴절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 한산국민학교 졸업생들이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꾸밈없이 드러낸 "졸업논문집"의 내용을 보면서 그 실상의 심도가
심각함을 다시금 새삼 느끼게 된다.

"압구정동 상가의 주인들인 어른들은 자기들만의 이익때문에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외래문화에 젖어가는 압구정동의
모습)든가,"부모님의 언어생활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집안에서 욕을 하시는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생각해 조심해야 한다"(욕설의
종류에 관한 조사연구)는등 그들의 점잖은 충고가 "작은 어른"으로
변모되어버린 어린이들의 표징을 보여주는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아들과 제자로 하여금 대입대리시험을 보게 할 정도의 의식을 가진
기성사회풍토이고 보면 그들의 항변에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말문이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