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문제가 새로운 정책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만개가 넘는 기업이 쓰러지면서 일자리가 급격히 줄고 "살아있는
기업"들도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신규채용억제는 물론 종업원감원등
감량경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구조조정에 따른 산업간 인력수급불균형도 새로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구인난은 옛말이 되고 벌써부터 구직난이 심각하게 지적되는등
"실업"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경제기획원이 15일 발표한 "93년 인력수급전망및 정책방향"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올실업률이 지난해 2.4%보다 다소 높은 2.6%에 달해
6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물론 지수상으로만 보면 이정도의
수준이면 별로 문제될게 없다. 실업률이 6%를 웃도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등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업률 작성체계가 이들 나라와는 다른 만큼 문제는 수준자체가
아니라 추세에 있다. 지난91년 사상최저치(2.3%)를 나타냈던 실업률이
작년이후 급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자수를 보더라도 공식통계에 잡히는 비자발적 실업자(취업을 원하나
주당1시간이상 일하지 못하는 경우등)가 작년의 46만3천명에서 올해는
51만7천명으로 5만명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다 취업난이 극심해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해버린 실망실업자(자발적 실업자)와 직장을 옮기는데
따른 일시적인 마찰적 실업자및 취업재수생등을 포함하면 올해 실업자는
사실상 10만명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더군다나 기업들이 정규직 사원을 시간제나 촉탁등 임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불완전취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수가
어떻든 피부로 느끼는 취업난은 그만큼 심각할수밖에 없다.
고용전문가들은 이같은 체감실업률은 지수실업률보다 두배이상
높아질것으로 예상하고있다.

또 경기둔화로 인한 고용감소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진행되는데
지난2년간의 경제안정화시책의 효과가 올해부터 고용감소로 가시화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경기후퇴가 고용감소로 이어지는데는 2~3년정도 걸린다"면서 올1.4분기
실업률이 3%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기획원의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약26만명으로 추정되는 건설및
서비스부문의 불완전취업자중 상당수가 완전실업자로 현실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경제성장이 둔화돼 고용흡수력이 낮아진데다 산업구조고도화와
기업들의 자동화투자등으로 경제성장의 고용흡수력을 나타내는
고용탄성치가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경제는 작년 1.4분기만해도 7.4%의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2.4분기 5.9%,3.4분기 3.1%등으로 추락한데 이어 4.4분기엔 2%안팎의
"초저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간40만명에 달하는
신규노동력을 흡수하려면 최소한 6.5~7%의 경제성장률이 유지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보면 우리경제는 작년 2.4분기이후
신규노동력을 받아들이기에 턱없이 부족한 형편인 셈이다.

전경련에서도 최근 "자동화투자에 따른 기업들의 고용흡수력 저하와
취업을 원하는 노령층의 증가추세를 감안하면 연간8%정도의 경제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 대량 실업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최근들어 여성실업이 크게 늘고있다는 사실도 등한시할수 없는
부분이다. 섬유 신발등 노동집약산업의 퇴조하면서 여성들의 실직사례가
부쩍 늘고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 가사인구(주부)로 분류돼 통계상
실업자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의 경우 제조업에서 16만8천명의
취업자가 줄어들었는데 이중 여성이 16만6천명으로 98.8%를 차지,여성들의
취업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성실업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데다 지난89년이후 신규노동력이
줄고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실업문제는 벌써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실업문제가 우리경제의 현안으로 떠오르자 정부는 몇가지 처방전을
제시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통한 실업대책보다는 구조적인 인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위해 우선 <>마찰적 실업자에 대한 전직훈련및 재훈련을 확대하고
직업알선기능을 강화하며<>청소년 노동력을 산업현장으로 유입하기 위해
인문고 비진학생에 대한 직업기술교육을 강화하는 한편<>여성이나 고령자등
유휴인력 활용을 촉진하기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고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상황이 워낙 얼어붙어 있어 정부의 이같은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업증가에 따른 사회불안을 방지하기위해선 무엇보다
"체감실업자"를 줄이는데 중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업구조조정에 부응하는 인력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손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