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말 90년대초 우리사회와 문화예술계에는 수없이 많은 새로운 용어가
생겨났다.

전자출판 PC과외 컴퓨터작곡 전자우편 전자게시판 자동번역시스템
헤어컴캐드컴 홀로그램 레이저디스크 컴퓨터그래픽 버추얼리얼리티
통신소설.

스스로를 기계치라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더이상 컴퓨터를 도외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방속국에 다니는 K차장은 어느날 깜짝 놀랐다.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이 컴퓨터로 가족신문을 만들어 보여준 까닭이다. 16절지에
가족소식과 자신의 생각,가족에 대한 희망사항등을 사진을 곁들여
그럴듯하게 편집해서 만든 신문을 보고 K차장은 흐뭇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기특하기도 하고 신통하기도 해서 이것저것 묻던 K차장은 그러나 잠시후
자신이 컴퓨터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만 아연해졌다.

"별것 아니예요"하며 방법을 설명하는 아들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K차장은 다음날 출근하자 마자 컴퓨터를 사용하는 후배에게 기초적인 것을
가르쳐 줄것을 요구했다.

문단에서 워드프로세서가 일반화된지는 이미 오래됐다. 젊은 작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환갑을 넘긴 소설가 박완서씨도 몇년전부터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한다.

대우재단 전문위원인 김대식씨는 얼마전 PC 한대와 편집전문 소프트웨어를
활용,혼자 두권의 소설책을 만들었다. 이처럼 1인탁상출판을 통해 책을
만들 경우 비용은 단행본 1권 평균출판비에 훨씬 못미친다.

서울대음대교수인 서우석씨는 작곡할때 컴퓨터기기를 쓴다. 악보를
그리는 것과 소리를 내게 하는 것등 두가지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오선지에 악보를 그리고 피아노나 다른 악기로 연주해봐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 소나타에서 관현악곡까지 작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술품컬렉터 A씨는 지난해 11월 서울동숭동 갤러리21에서 열린
홀로그램전을 보며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한장의 얇은 판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것은 입체,그것도 움직이는 입체였던 탓이다.

비디오아트 정도를 첨단예술로 여겼던 A씨는 문화예술에 과학이
미칠수있는 영향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한국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연구소 서울대자연언어처리연구실등이 개발한
자동번역시스템은 영어나 일어로 된 원문을 거의 완벽하게 번역해낸다.

컴퓨터의 사용은 문화예술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경도미용타운 원장 한금례씨는 장명균씨가 개발한 헤어컴프로그램을
사용,고객의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창출해낸다.

건축설계나 패션디자인에서도 컴퓨터는 빼놓을수 없는 존재.

교회나 절의 신자관리에서 보험영업사원이나 동네 비디오가게의
고객관리에 이르기까지 컴퓨터가 안쓰이는 곳이 없다.

졸업.입학선물수요로 인해 시중의 퍼스컴이 동났다고들 야단이다.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면 멀잖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정도가 아닌 무식한
사람 취급을 당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전과나 수련장대신 컴퓨터학습소프트웨어로 공부하고 전자우편을 통해
연애편지를 주고 받는 자녀를 두고 기계치임을 내세워봤자 소용이 없을
것도 뻔하다.

컴퓨터는 분명 유익하고 따라서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것 또한 부인할수 없다.

그러나 컴퓨터문화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자오락실을 가본 사람이라면 화면속의 난폭함과 번쩍거림,그 내용의
황당함과 저질스러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컴퓨터가 주역으로 부상한 세상살이는 가뜩이나 삭막한 삶을 더더욱
쓸쓸하고 척박하게 만들고 있다. 컴퓨터를 통한 청소년들의 음란물 접촉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손병길부장의 주장은 신한국인 모두가 귀기울여야 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앞으로의 컴퓨터교육과정에서는 정보사용상의 윤리와 사회적인 책임등을
강조해야 한다. 컴퓨터를 사용함에 있어 필요한 도덕적인 측면을 보다
비중있게 다루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