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임금협상을 위한 노사간의 대화가 시작됐다. 노사대표들은 9일
노사공동으로 임금인상단일안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이는 노사가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임금안정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임금처럼 이해가 엇갈리는 문제는 별로 없다. 그러나 아직 노사양측의
구체적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중앙차원의 임금인상단일안을
마련하겠다고 한것 자체만으로도 올 임금협상에 자제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느낌이다.

매년초 임금협상을 앞두고 노총의 임금인상요구안과 경총의 제시율은 큰
격차를 보여왔다. 이는 임금협상타결을 그만큼 어렵게 했고 인상율
줄다리기로 빚어지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었다. 더욱이 이런 과정에서
노사는 깊이 파인 감정의 골을 확인하고 이를 메우는데 또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던 것이다.

지난 9일 경총등 경제5단체와 노총대표들이 첫 회의를 마친뒤 발표한
합의문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즉 국민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노사자율로 임금교섭을 타결하며 2월중에
노사합의안을 도출하고 대기업과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해소에 노력한다는
합의문은 올 임금협상 전망을 밝게할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제 임금인상수준과 이의 업종별적용방법등 세부사항의 합의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다. 노총은 공식적으로 임금인상요구수준을
결정한바 없다고 하지만 최저 생계비 상승률(12. 6%)의 80~90%선인
9~12%를 요구하거나 물가상승률과 생산성향상을 연계시킨 안등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경총에서는 정부투자.출연 기관의 인건비상승 억제선인
5%(호봉승급포함)에서 최고 9%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것 같다.

해마다 1월말 또는 2월초 노사단체에서는 임금인상 요구율과 제시율을
발표하고 협상을 시작했을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임금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협상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올해는 노사양측이
공식적으로 임금인상 요구율과 제시율을 발표하지 않았고 정부에서도
노사자율협상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임금가이드라인의 제시를 미루고
있다.

노.사.정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그들의 입장은 분명하다.
노측은 물가상승에 따른 최저생계비상승분을 보상받으려 하고 사측은
경제여건의 악화로 기업의 지불능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생산성향상
범위안에서 임금상승을 억제하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도
호봉승급포함,5%선을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산업의 국제경쟁력은 크게 약화되어 왔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있을수 있으나 고임이 경쟁력약화의
주원인이라는게 상공부의 분석이다.

지난 8일의 상공부 발표에 따르면 87~91년간 임금은 노동생산성(연평균 8.
4%)을 훨씬 상회하는 연평균 18. 6%나 상승,임금상승률이 선진국의
4~5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특히 85년 각국의 명목임금을 100으로 할때
91년 한국의 임금은 247로서 일본(114),미국(117),대만(200)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우리나라의 임금상승은 생산성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은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같은 임금상승으로 88년에서 92년 2.4분기까지 국내상품의
제조원가상승률은 48. 7%를 기록,일본의 8. 7% 대만의 8. 0%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의 수출둔화를
설명해주는 요인이다.

임금안정과 생산성향상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선결과제임은
분명하다. 올임금교섭은 노사양측의 주장이 과거 어느때보다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타결전망이 밝은건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한국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데 대해 노사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노사단체대표들이 중앙차원의 임금단일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산업현장에 어떻게 적용될수 있을 것이며 상이한 여건하에
있는 각기 다른 업종간 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어떻게 적용될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임금협상과 관련해서 우리모두가 함께 생각할 일은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점,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그리고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저상시키지 않고 성취동기를 유발시켜야 한다는
점등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하는등 기업이 더없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에 올해의 임금협상은 기업의 지불능력을 우선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불능력이상의 임금지불로 기업이 부실화되면 근로자에게 득이
될수 없다. 또한 임금체계에 있어서도 생산성과 연결된 성과급이나
직무급을 가미해야 경쟁력강화에 도움이 될것이다. 올해에 특히 생각할
점은 기업이 튼튼해져야 노사공영의 길이 열린다는 점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