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주재원 외교관자녀등으로 불가피하게 조기유학을 떠났거나
도피성유학등으로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유학생들이 국내기업에서 채용을
꺼려 취업 기회를 잡지 못하고있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중 고교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만 졸업한
유학생들로 오랜 해외생활로 국내사정에 밝지못하고 서구적 인사사고방식이
쉽게 직장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등으로 국내기업들은 물론
외국기업들까지 채용을 하지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바이엘 한국지사의 신입사원모집엔 국내대학을 나오지않고
미국등지에서 대학을 졸업한 10여명이 응시했으나 모두 탈락했다.

코카콜라 한국지사도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경우 아예 채용대상에
넣어주지 않고있다.

이들회사 관계자들은하나같이 "영어에 자신이 있는 해외대학졸업자들이
외국계기업을 선호하고 있으나 한국시장을 상대로 장사하는 외국기업들이
국내뿌리가 약한 이들을 배척할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모 주립대학을 나온 김인식군(24.강남구삼성동)은 "지연 학연
동기동창을 유별나게 따지는 한국사회에 비집고 들어가기가 여간
어렵지않다"고 하소연했다.

아멕스카드회사의 김명주인사과장은 "3~4년전 미국에서 중.고교과정과
대학까지 나온 유학생을 채용해왔으나 직장 조직풍토에 제대로
적응하지못하고 중도하차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도 미국본사에서 채용,한국지사에 파견되는 케이스는 있으나
국내에선 해외학부졸업자들을 꺼린다.

국내기업들도 이들을 배척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대우 쌍용그룹등의 인사담당자들은 "국내대학을 졸업하고 해외 유학을
다녀온 우수한 인재도 남아도는 실정에 해외에서 바로 대학을 나온
사람들을 뽑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외국의 대학이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국내 웬만한 대학보다
교육수준과 자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한데다 80년대부터 불기시작한
이른바 도피성 조기 해외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고 있어 옥석을 분간하기
어렵다는 점을 채용기피이유로 들고있다.

강남S중학교의 김희만교사는 "80년대 조기유학을 떠났던 학생들이
현지취업도 어려워 귀국하고 있으나 국내일자리도 귀해 고충상담차
옛담임교사를 찾아 오기도한다"고 말했다.

72년부터 상사주재원생활을 하는 바람에 자녀를 영국에서 교육시킨
최만호씨(54.PKC무역대표)는 "국내 취업문이좁아 취업기회를 넓히기위해
박사과정까지 밟도록 했다"고 말했다.

고대경영대학의 이진규교수(인사관리.조직론)는 "해외대학졸업생중
한국에서 동기동창인맥이라도 만들기 위해 경영대학원에 응시하는 사람들이
최근들어 눈에 띄게 늘고있다"고 전했다.

이교수는 해외대학졸업자들의 취업난과 관련,"나라경제의 개방화,경영의
국제화추세에 비추어 해외문물을 일찍 익힌 이들을 어떤형식으로든
국내일터에서 흡수해야한다"고 진단하고 "도피성유학생등 옥석을 가리는데
너무 집착한 나머지 국내인사관리기준만 갖고 국내대학졸업생들과
비교평가할것이 아니라 일정비율의 쿼터를 주더라도 이들의 국내 활동
영역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