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깨나 두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말이다. 자연스럽게 대세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면이 불리하기 때문에 고심고심끝에 발견한 상식을 뛰어넘는 수,그걸
3번씩이나 두는 정도라면 대세에 뒤졌을 것은 뻔하다.

"장고끝에 악수나온다"는 말도 비슷하게 이어지는 말이다.

갑자기 "묘수"나 "장고"에대한 우려를 들고나오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국민들의 지나친 기대감이 자칫 새정부에 "묘수"를 요구하는 부담이 될
것도 같고,실체도 밝히지 않은채 개혁에대해 장고만 계속하는것도 악수의
전조처럼 여겨져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측면만 따진다면 새정부가 들어선다고 당장 나아질 것은 별로
있을게 없다. 미국의 수입규제는 그네들의 국내경제사정때문에 어쩔수없이
더욱 강화될 추세고,국내에 정치 사회적 문제를 낳을 쌀시장개방이
불가피해지는 상황도 오지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선진국기술과 후발개도국들의 싼 임금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고있는
한국의 경쟁력이 갑자기 좋아질 까닭도 물론 없다.

구조적인 문제와 경기침체가 겹쳐 어떤 정책을 택하든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바로 이처럼 답답하기만한 국면이기 때문에 "개혁"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것 같기도 하다. 그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채 계속되는
장고,그것은 새정부가 그만큼 국민들의 "인기"에 신경을 쓰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재임기간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미국대통령중 하나가 레이건이다.
세율인하<>투자증대<>경제성장<>세수 증대<>재정적자축소라는 엉터리
청사진이 먹혀 들어갔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묘수를 내놓은 셈이다.
그결과가 재정적자확대<>금리인상<>달러강세로 이어졌지만 그것도 그의
재임기간중에는 레이건의 인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달러강세 덕분에
미국인들은 유럽여행을 마음껏 즐길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가불인생의 마지막은 흉하다. 2차대전이후 처음인 전쟁에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실패한 부시,역대 미국대통령중 가장 엉터리라는
최근의 레이건에 대한 평가가 레이거노믹스의 결산서다.

새 대통령이 "개혁"을 하겠다면,누적된 모순을 제거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안정을 얻으려면,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까. 그렇게 장고할 것도
없다.

우선 "인기"에 대한 집착에서부터 해방돼야한다. 이는 정치권의
가치관부터 재정립돼야 한다는 얘기로도 통할수 있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이있지만 현행
헌법아래서 대통령은 재선을 생각해야하는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홀가분하다. 눈앞의 인기에 연연해야할 필요가 없다. 30년만의
문민대통령이고보면 퇴임후 청문회걱정을 할 우려도 없을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새 대통령은 그 자신이 "인기"에 연연한다 하더라도 이른바 "조치"하나로
그것을 얻기도 어려운 여건이다. 누구처럼 오늘은 야간통행금지를 없애고
내일은 교복을 철폐하는 식의 "풀어주는 묘수"도 새로 내놓을 만한게
있을것같지 않고 민주화도 어느정도 이루어졌기 때문에 6.29식 "결단"도
내릴게 없다.

조급할 이유가 없는 대통령,그의 개혁은 관념적 여론에 쫓길 필요도 없다.
예컨대 금융실명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그 제도가 도덕적이기 때문에
도입할 것이 아니라,현실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이 구비됐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도입한다는 자세가 긴요하다.

부패의 척결은 새 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의 제1차적인 목표일 것이다.
이를위해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른바 서정쇄신이라는 명목으로 명확한 증거도 없이 수많은
공무원을 내모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대기업에대한 정책도
마찬가지로 신중해야한다. 옥석구분없이 대기업이면 지탄받아야하는
풍토는 반드시 개혁돼야할 것중의 하나다.

새정부가 지향해야할 개혁은 긴급조치따위의 충격요법으로 이루어져서도
안된다.

국민교육을 통한 의식개혁과 가치관의 재정립,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것이
진정 개혁의 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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