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기계(대표 임동희.36)는 서울 화양동에 있는 포장기계생산업체다.
종업원 70명에 작년매출 41억원인 중소기업이다.

규모는 작지만 식품 화장품 세제를 만드는 대기업들 사이엔 보배로
통한다. 이들 대기업이 포장라인자동화문제로 골치를 썩일때 해결사역할을
해주어서다.

예를들어 제일제당은 세제사업부의 생산라인 일부를 한동기계의 도움으로
자동화할수 있었다는것. 샴푸를 용기에 담는데서부터 박스에
포장하기까지의 라인을 말이다. 이 라인은 자동으로 대량포장이 가능할
뿐아니라 품목을 금방 교체할수 있다. 대량 다품종포장이 가능하다.

제일제당은 이 라인을 국내에서 만드는 업체가 없어 일본에서 30억원에
도입하려 했으나 한동기계 덕분에 불과 3억원에 설치할수 있었다.

럭키 미원 애경산업등 1백여대기업이 이 회사를 통해 포장라인을
자동화했다.

한동기계가 생산하는 품목은 용기정렬기 세척기 충진기 캐핑기 라벨부착기
박스포장기등 20여종이다. 이들 기계를 차례로 연결하면 포장라인의
완전자동화가 가능하다.

즉 용기를 차례로 정렬하고 깨끗이 닦은뒤 내용물을 채운다. 그런다음
마개를 씌우고 라벨을 부착한뒤 박스에 담아 포장하는 일련의 공정을
자동화한다. 용기정렬기를 비롯한 생산품목 대부분은 이 회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산화한 것이다. 일본 미국 독일등지에서 비싼 값에 들여다
쓰던것을 창업한지 5년밖에 안된 이 회사가 속속 개발해냈다.

임동희사장이 이 분야에 뛰어든것은 무역회사근무경험이 큰 밑거름이
됐다. 대학에서 식품가공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79년 소규모무역업체인
H사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식품포장기계를 수입 판매하는
일이었다. 주로 일본의 히타치사와 고요사제품을 들여왔다. 당시는
국내포장기계산업이 불모지라 엄청나게 팔수 있었다. 판매액의 일정비율을
성과급으로 받은 그는 무역회사 근무 8년동안에 아파트 2채를 장만할
정도로 돈도 벌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대일무역역조의 첨병역할을
하는것 같아 공허함이 있었다.

직접 국산화에 나서기로 하고 한동기계를 설립한것은 87년11월이었다.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서울 성수동에있는 공장을 빌려 13명의
인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이란 간단치않았다. 생산제품이 주문제작품이라 주문을
따내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히타치등과 거래하던 대기업들이 한동기계라는
신설중소업체를 거들떠 볼리 없었다. 천신만고끝에 칫솔업체인 A사로부터
칫솔박스자동포장기 주문을 따냈다. 제작 납품후 성능에 이상이 없어야
돈을 받기로 했다. 가격은 외제의 5분의1수준인 5천만원. 예정납기를
2개월이나 늦춰가며 8개월만에 겨우 납품했으나 1억원이나 적자를 봤다.
하지만 자동화기계제작에 자신감을 얻게 됐고 기술을 축적하는 계기가
됐다. 또 성능이 외제 못지않게 우수하다는 평을 듣게 되면서 비슷한
기종의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대출신의 우수한 인력으로 개발실을
만들어 포장자동화관련기계개발에 적극 나섰다. 한동기계를 통해
단위업무자동화에 성공한 대기업들이 연관업무 자동화요청을 잇따라
해왔기때문이다.

용기정렬기 라벨부착기 충진기 캐핑기등을 틈틈이 국산화했다. 작년
9월에는 기계류 부품 소재국산화 유공자로 선정돼 산업포장을 받기도했다.

매출도 꾸준히 늘어 88년 13억원에서 91년엔 34억원,92년 41억원으로
해마다 20~50%씩 신장했다. 올 목표는 60억원으로 잡고 있다. 작년엔
일본 세이와사에 처음으로 2억7천만원어치를 수출했으며 올해엔 싱가포르
중국등지에 15억원어치의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임사장은 "포장자동화기계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갖고 있다.
<김락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