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보조금지급"문제를 다시 들고나오려는 미국의 진의는 무엇인가.

국내 조선및 해운업계는 미하원이 조선보조금지급을 규제하는 내용인
기본스(Gibbons)법안을 다시 들고나올 움직임을 보이자 그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있다.

업계의 이같은 반응은 우선 기본스법안이 지난해 미상원에서 폐기됐던
법안이란점 때문이다.

미하원 세입위 무역소위위원장인 샘 기본스의원(민주당)에 의해
지난91년4월에 발의된 이 법안은 지난해 하원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돼 폐기됐었다.

더욱이 업계는 이 법안을 재상정하려는 시점때문에 미국의 움직임에 강한
의혹을 갖는다. 지금까지 미국은 조선문제에 관한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다자간협상을 선호해왔다. 그
정식회의(조선부회.WP6)가 오는 18,19일 이틀동안 파리에서 미국의 주도로
열리게 돼있다.

바로 그런 시점에서 기본스법을 재상정하려는 미국의 움직임,그것은
클린턴행정부 등장이후의 "미국내 분위기"와도 무관치않은 것으로 볼수
있다. 민주당이 의회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보호무역주의색채를
그어느때보다 강하게 발산하고있는게 최근의 미국분위기이다.

그러나 외신보도를 종합해보면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것
같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의 조선업계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해운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설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해에도 해운업계의 반발로
이 법안의 상원통과가 저지됐다. 해운업계가 반대한 이유는 조선업계를
살리는 법안내용이 거꾸로 해운업계를 죽이는 조항이 된다는것이다.
지난91년 미조선협회(SCA)의 강한 압력으로 상정된 이 법안의 주요골자는
보조금을 지급받아 건조된 배의 경우 이를 시정할때까지 미국내 입항이
금지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배를 한국 일본 EC등 외국에서 건조해온 미해운업계로서는
이것을 받아들일수 없는 것이다. 이에따라 APL과 시 랜드등 미국의
양대해운선사는 조선업계에 맞서 지난해 해운업계를 보호하는
미신해사법안을 상정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은 회기내에 심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런상황속에 최근 재상정될 기본스법안은 <>입항금지되는
규제대상을 해당선박에서 보조금지급국가의 국적선이나 국민 또는 기관이
소유한 선박까지로 확대하고 <>규제방법도 입항금지뿐아니라
미항로운행제한,1백만달러이하의 벌금부과,통관거부,해안경비대의
입항제한조치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수 있게 작년안보다 대폭 강화한
내용이다. 이런 법안이 통과된다면 조선보조금지급국가의 해운선사는 물론
미국의 해운선사등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것은 자명하다.

업계가 기본스법안의 통과를 어렵게 보는 또 한가지 이유는 정말 이
법안이 법제화된다면 미국과 EC간 무역전쟁은 피할수 없게되는등
세계경제가 엄청난 소용돌이에 말려 들것으로 보기때문.

OECD조선협상에서 미국의 주공격목표는 한국과 일본이 아니라 EC이다.
군함건조등으로 명맥을 이어온 미국의 조선산업은 냉전체제의 붕괴이후
일감이 크게 부족,일반상선부문에서 새로운 일감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때문에 미국은 경쟁상대가 될수 없는 한국과 일본은 제쳐놓고 정부의
보조금지원만 없앤다면 충분히 경쟁상대가 될수 있는 EC를 우선
집중공략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미국은 연9%씩의 선박건조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EC에 오는95년1월1일부로 모든 보조금지원을 철폐할것을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EC의 경우 미국의 주문대로 보조금을 철폐할경우 EC의 조선산업은
더이상 버틸수 없는 지경에 몰리게된다.

통상전문가들은 미의회가 <>자국내해운업계의 반발 <>EC와의
무역전쟁우려까지 감수하면서 기본스법안을 통과시키리라고는 보지않는다.
따라서 미국의 진의는 이법의 통과보다는 이를 엄포용으로
활용,OECD다자간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전략일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엄포용"법안에 의해 우리업계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들어 미국이 보조금폐지를 내세워 EC를 궁지에
몰아넣는다면 EC는 불공정선가규제를 대안으로 삼아 그만큼 한국을 괴롭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국내업계는 보조금문제에 대해 별로 걸릴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안걸릴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철강등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의 경우 미국은 제멋대로 계산한
"실세금리"와 정책금융간 금리차이를 보조금으로 규정했다. 조선에
있어서도 그같은 문제는 얼마든지 발생할수 있다. 이때문에 기본스법안은
EC와함께 한국을 겨냥한 "양면의 칼"일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