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태 신임 상업은행장은 다른 사람들보다 5년 정도는 앞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는게 정평이다.

정행장은 작년말 명동지점의 대형사고로 선배들이 물러감에 따라 눈깜짝
할 사이에 행장이 되는 행운을 잡았지만 그가 풀어가야할 과제는 첩첩산중
이다.

하루빨리 사고를 수습,은행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아야 하고 거대한 조직을
이끌어갈 경영전략을 짜는 일도 시급하다.

지난 25일 임시주총에서 행장으로 선임된후 아랫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있는 정행장을 만나봤다.

-취임소감이 남다를텐데 어떻습니까.

<>정행장=별로 실감이 나지않습니다. 작년12월2일부터 행장자리가 비어
행장대행전무로서 책임져야 할 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그때나 지금이나
심정은 비슷합니다.

전무로 지낸 2개월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집니다.

-사고를 낸 은행이라서 행장을 외부에서 영입해야한다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내부승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행장=금융자율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여론의 힘이 컸다고 봅니다.
외부영입이 반드시 자율화에 배채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분위기가
은행 내부승진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형성된 덕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고수습은 잘되고 있습니까.

<>정행장=작년말 사고가 나자마자 사고수습 전담반을 만들어 자금의 행방과
사고자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는등 은행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
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수습 전담반을 계속 가동하겠습니다.

-인천투금에 수기통장만 주고 예금을 받은 CD(양도성예금증서) 5백억원의
지급여부가 가장 큰 문제 아닙니까.

<>정행장=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문제는 인천투금에서 소송을 제기할 경우
필요하다면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어서 시간이 다소 걸릴것으로
생각합니다.

-은행손실이 얼마나 됩니까. (은행감독원이 발표한 사고금액은
8백56억원이다)

<>정행장=법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재판과정에서 우리와 거래한 상대방의 과실도 어느정도
인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두가 납득할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됐으면
좋겠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정행장=지금와서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사의 지시라도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거부할수 있어야한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은행원이 돈거래를 하다보면 어려운 일에 부닥치게 마련인 만큼 거래처나
위 아래 직원들의 인기에 영합하지 말고 은행이라는 조직을 위해서 일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다른 은행과 관련돼 밝힐수는 없지만 70년대초 제가 대리로 근무할 당시
여신과 관련된 상사의 지시를 안들어 대형사고를 피해간 적이 있었습니다.

은행에서 저의 "하극상"이 은행을 살렸다며 상을 주려고 했었죠.

-앞으로 은행을 어떻게 끌고갈 생각입니까.

<>정행장=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것은 사고의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입니다. 흐트러진 마음들을
다잡아 의욕적으로 일할수 있도록 단결하고 응집력을 키우는게 시급합니다.

영업본부를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유능하고 젊은 사람을 요직에
앉힌 부서장급 인사를 단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내부 분위기를 바꾸면서 내실을 다지는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자금의 자립을 이루겠습니다.

외부지원없이 은행을 꾸려갈수 있도록 자금의 홀로서기가 이뤄져야만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실여신을 최소화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입니다.

-경영합리화가 은행경쟁력을 높이는 필수과제인데 특별한 계획이
있습니까.

<>정행장=그렇지 않아도 각부서 핵심과장들로 경영합리화 팀을 만들었
습니다. 이곳에서 은행의 취약부분을 개선할수있는 개혁적인 방안을 마련
토록 했습니다. 중간보고도 받았는데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안이 많이
나왔습니다.

-한양.극동정유등 어려운 거래기업이 많아 은행경영에 부담이 될텐데
어떻습니까.

<>정행장=부담이 되는게 사실이지만 그기업들의 경영상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잘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임원이 되기전 임원부속실장(비서실장) 인사부장 심사1부장등 영업지원
부서에서 일을 많이해 영업능력이 약하다는 평이 있는것 같은데 앞으로
자신있습니까.

<>정행장=지난 63년12월 입행한후 본점영업부와 일선지점에서 줄곧
국내영업과 외환업무를 번갈아 맡았습니다.

남대문지점 차장시절(75~77년)에는 남대문지점이 전은행중 1등점포로
올라서는 영예도 누렸습니다.

지금의 배찬병전무와 나란히 앉아 일했던게 기억납니다. 배전무하고는
같은 지점과 같은 부에서 함께 고생한 때가 많았습니다.

-고향이 경북침곡으로 경북고와 서울대법대를 나온 "TK"라는게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까.

<>정행장=덕보지 않았다고 믿을 사람이 없을 것같아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은행에서 몇년정도 일하다보면 서로가 잘알게 됩니다.
어느 조직이나 지연이나 학연위주로 인사를 하진 않겠죠. 나 스스로
행장으로서 내부인사를 할때도 이를 명심하겠습니다. 연공서열을 고려하되
능력위주로 할 생각입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일요일이면 가능한한 산에 오릅니다. 골프를 좋아하지 않아 등산으로
체력을 다지고 있습니다.

술은 자주 마시게 됩니다. 용산에 있는 평양집 같은곳에서 곱창을 곁들인
소주맛을 즐깁니다.

대담=고광철(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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