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김형철특파원] 일본은행이 빠르면 내주초 재할인금리 인하를 발표할
것이라고 요미우리 마이니치등 일본 주요 언론들이 30일 1면 머릿기사로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내수경기 및 증권시장의 침체,대미 경제관계등을 감안할때 재할인
금리인하는 발표 시점만을 남겨놓고 있다는 관측이다.

골자는 일본은행이 내주에라도 재할인율을 현행 연3.25%에서 2.75%로
0.5%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내용이다.

일부에서는 심리적 파급효과를 겨냥,0.75%포인트 낮출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지난 91년 7월 이후 1년 6개월 사이에 모두 6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는 셈이다.

6차례 재할인율 인하 조치가 나오면 미국의 현행 공정할인율 3%보다도
낮아지게 된다.

미일간의 금리역전이라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런 기대감으로 장단기금리가 모두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3개월물 금리는 3.70%로 최저수준에 있다.

지난 25~26일 열린 일본은행 지점장 회의도 여느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개인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경기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일본 경기회복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10조7천억엔에 달하는 종합경제지원책을 발동한데다 5차에 걸친
금리인하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늦어도 올해초 쯤이면 경기진작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자신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런 전망과는 달리 내수경기는 그 움직임이 더 둔해지고 있다.

재고조정이 예상보다 늦어져 유통단계에서 할인판매가 계속되고있다.

개인소비심리가 위축,백화점의 매출액이 전년동기비 8%정도 감소추세에
있다. 새 자동차 등록대수도 계속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주고있다.

중소기업의 부도율은 계속 높아진다.

기업들의 수지도 악화일로에 있다. 한마디로 기업심리와 소비심리가 함께
얼어 붙어있는 상황이다.

결국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추가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게
일본산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재할인율 인하조치는 또 증권시장 부양차원에서 취할수 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사실 일본의 내수위축은 증시침체에 따른 자산 디플레의 성격을 띠고 있다.
증권시장의 침체로 기업들은 직접금융 조달의 길이 막혀있다.

자금조달의 길이 막혀 있으니 기업들이 과감하게 설비투자에 나설수 없다.

현재 동경증권시장에서는 "2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2월에 증권시장이
폭락할 것이라는 음산한 분위기이다.

1만6천엔선을 맴돌고 있는 일경평균주가가 1만2천엔선까지 추락할수 있다
는게 위기설의 골자이다.

위기설은 3조엔에 달하는 채권의 상환기일이 2월에 집중돼있다는데 근거를
두고있다.

상장기업들이 채권상환을 위해 보유주식을 처분할 경우 증시는 곤두박질
칠수 밖에 없다.

일본은행은 증권시장을 측면지원하기 위해서도 금리인하의 단안을 내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있다.

대외적으로는 추가금리인하의 조건이 성숙됐다는 명분론도 나오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난해 미일 구조조정협의회에서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4%이상
유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내수경기를 활성화,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는 효과를 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올해 경제성장률은 3%에도 미치지 못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일본은 연간 4백4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무역흑자로 미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입장이다.

일본은 지금 미국으로부터 "얻어맞기"전에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가장 손쉬운게 금리인하로 내수경기 부양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집권여당인 자민당내에서 금리인하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례적이다.
새해 들어서는 소비심리 자극을 위해 소득세를 감면해야된다는 야당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자민당의원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겨울잠에 빠져있는 까닭에 인플레 위험도 없다.

여러상황을 종합해 볼때 일본의 재할인율인하는 시간상의 문제만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명실상부한 최저금리 시대의 문턱에 서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