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은행과 제2금융권의 여수신금리가 1~3%포인트 내렸다. 정부는
이번 금리인하로 기업의 금리부담이 한해에 약 3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이 돈이 모두 설비투자와 생산활동에 쓰이면 경제성장률이 1년안에 1.
0%포인트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규제금리의 인하가 시중 실세금리의 하향안정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일과 기업의 시설투자와 생산확대가 촉진되도록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규제금리와 실세금리의 차이가 벌어져 자금흐름의 왜곡이 심해지고
물가불안과 부동산투기가 되살아나는등의 부작용이 커지게 될것이다.

규제금리의 인하를 반대하고 안정기조유지를 강조하는 쪽도 바로 이같은
부작용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의 규제금리 인하는 문제해결을
위한첫걸음에 불과하며 앞으로의 정책대응에 따라 성공여부가 좌우된다고
할수 있다.

단기적으로 관심의 초점은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얼마나 회복되느냐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정국이 안정됨에 따라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규제금리인하로 비용부담이 줄어들어 올해의 투자여건은 지난해에 비해
분명히 나아졌다. 그러나 결정적인 변수는 국내외 경기동향이라 할수
있다.

비용이 줄었다고 팔리지도 않는 물건을 계속 만들수는 없으며
투자수익성이 없는데 투자를 할리 없다. 따라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계속하며 국내외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버틸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번 금리인하의 한 측면이다.

다른 한편으로 자금흐름의 왜곡을 막고 돈이 생산활동에 쓰이려면
실세금리의 안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필수적이다. 잘
알려진대로 우리 기업의 가격결정방식은 임금 지대 이자등의 합계인 원가에
이윤을 더하는 마크업방식(mark-up pricing)이다. 이중에서 선진국에 비해
유리한 항목은 임금뿐이었는데 6.29이후 노사분쟁이 악화되면서 임금이
크게 오름에 따라 우리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매우 약해질수 밖에 없었다.

이같이 높은 원가는 높은 물가로 이어지며 투자원금을 회수하기에 급한
나머지 품질향상보다는 만들어낸 물건을 시장에 쏟아내기에 바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임금 지대 금리등의 하향안정을 통해 원가수준을 낮추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가격결정이 시장에서의 수급균형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시장자율화는 자원배분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물가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독과점적인 경제구조에서는 원가 상승요인은
물가상승으로 전가되지만 원가 하락요인은 물가하락으로 반영되지
못함으로써 물가의 하방경직성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장자율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의
경우 금리자유화를 포함한 금융자율화는 금리상승을 유발할 것인데 지금의
우리경제는 금리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떠맡을수 있을만큼 강하지
못하다.

시장자율화는 경쟁촉진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와 함께 수급균형을 맞출수
있는 생산능력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예로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금 시장자율에 맡기면 집값폭등및 이에 따른 서민생활의 불안은
뻔히 예상되는 일이다. 지난 30여년의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는
아직도 여러부문에서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이다.

경쟁력강화를 위해 원가와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시장자율화등을
통한 구조조정 또는 체질개선을 이루려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단계적인 자율화를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금리의 경우도 금리인하 뒤에
조정과 정착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돕기 위해 금융산업개편과
금융기관의 경영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단계적인 자율화노력과
맥을 같이 하는 정책방향은 불균형시정노력과 비능률을 예방하는 노력이다.

산업간 지역간 불균형을 방치한채 정부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낭비일
뿐만아니라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한 예로 부동산투자가 제조업의
설비투자보다 돈버는데 유리하면 아무리 여신규제를 강화해도 돈은
비생산적인 투기활동으로 흘러가며 금융기관과 행정부의 부정부패만 심해질
뿐이다.

공공부문과 투자의 비효율성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잘못된
투자는 되돌리기 어려우며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긴다. 전자기술혁명으로
사무직 노동자의 생산성향상이 중요해진 요즈음 공공부문의 무분별한
조직팽창과 불필요한 인원고용은 미리 막아야 한다.

이미 저질러진 일을 수습하기는 어렵다. 일관된 정책방향아래 절서있는
시장자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다.